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최근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물류대란'이 확산되면서 우왕좌왕되는 모습을 보인 정부가 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역시나 부정적인 진단이다.
개선세를 보이던 내수는 정책약발이 떨어져 조정국면에 들어섰으며 미국 금리인상, 구조조정 등 대내외 위험요인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불안해 한국경제는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소비 등 내수가 조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진단은 불과 한달 전 정부의 경기 평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8월 그린북에서 정부는 "우리 경제는 정책 효과에 힘입어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 효과가 끝나자마자 내수경기 평가는 '개선세'에서 '조정'으로 180도 달라졌다.
실제 7월 소매판매는 내구재 중심으로 전월보다 2.6% 감소했다. 지난 5~6월 20% 이상 급증했던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7월 -10.5%, 8월 -11.1%로 2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두 자릿수의 감소 폭을 보였다.
8월 백화점 매출액은 4.8% 늘었지만 한달 전 11.2%보다 증가 폭이 줄었고, 할인점 매출액은 0.2%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폭염으로 야외활동을 꺼리는 사람이 늘며 도소매업이 위축돼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0.7%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11.6% 감소했고 구조조정 여파에 취업자 증가 폭도 전월(35만4000명)보다 줄어든 29만8000명에 그쳤다.
문제는 수출이다.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수출은 8월 들어 2.6%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조업일수 증가 등의 일시적 요인 덕분이고, 특히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정부는 물류대란에 따른 수출 운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선박 투입, 항공 화물기 추가 투입, 수출입 화물에 대한 통관지원, 중소수출업체에 대한 긴급경영안정자금 및 특례보증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으나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향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구조조정 등 대내외 하방 위험 요인이 상존한 가운데 자동차 파업 장기화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보강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소비·투자 활성화 대책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