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달의 연인'(SBS 제공)]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이준기 아이유 주연의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회당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라는 ‘억’소리 나는 가격으로 역대 최고 수출가를 새로 썼다. tvN 금토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63개국에 동시 방영 중이다. 두 드라마는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며 유난스럽게 홍보하는 중이지만 개연성은 안중에 없는 뻔뻔한 설정, 시대를 역행한 듯한 캐릭터로 범벅된 작품이라 나라 망신만 면해도 다행이다.
두 작품 모두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중국 동시 방송을 위해 사전 제작했음이 이를 증명한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미국 메이저 제작사인 유니버설이 최초로 투자 및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 한국 드라마로, 중국 소설 ‘보보경심’을 원작으로 한다. 이미 중국에서 드라마화돼 크게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중국 소설을 국내에서 리메이크한 것이 처음이라 제작이 결정됐을 때부터 현지의 관심이 남달랐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역시 계모와 언니에게 구박받는 소녀가 재벌 3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독차지한다는 설정으로, 세계인에게 익숙한 안데르센의 동화 ‘신데렐라’의 내용을 차용했다.
[사진 제공=SBS]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팩션 사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나쁜 것을 보여준다. 현재를 사는 여인이 물에 빠져 1000년 전 과거로 넘어간다는 황당한 데다 식상하기까지한 타임슬립 설정은 그렇다고 치자. 한류 스타에 아이돌까지 끌어모아 남자 주인공을 8명이나 등장시키며 이름 외우기 바쁘게 해놓고 결국 한다는 일이 삼각관계를 뛰어넘은 칠각관계다. 한복이라 부르기에 찝찝한 본적 없는 복장, 치렁하게 기른 앞머리·스프레이로 고정한 볼륨·반만 튼 상투 차림의 출연진을 볼 때면 방송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이 드라마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가공된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공지가 ‘한류를 위해 고증보다는 해외 팬 입맛을 더 고려했습니다’는 뜻임을 알게 된다.
[사진 =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tvN] 제공)]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역시 참을 수 없이 가볍다. 여자주인공(박소담)은 신데렐라의 누더기 옷에 대응되는 고등학교 체육복을 졸업 후에도 벗질 않는다. 재벌인 남자 주인공은 당연히 그런 궁상에 치를 떨면서 어김없이 여자의 면상에 돈다발을 뿌린다. 그다음 장면 역시 틀림이 없다. 여자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넌 돈이면 다 되는 거 같지?” 반례라고는 없는 순정만화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전형적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통에 여주인공을 맡은 박소담은 전에 없던 연기력 논란까지 앓았다. 돈 많고 잘생긴 네명의 남자주인공의 한명의 여자주인공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다는 설정은 이미 7년 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본 것이다.
두 드라마는 모두의 공감을 사고 싶었지만,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했다. 150억이 들어간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매회 자체 최저시청률을 갈아치우는 중이고,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참신한 시도와 탄탄한 완성도의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tvN 작품 같지 않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정해놓지 않고 쏜 화살이 과녁을 맞힐 리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