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금융감독원이 헤지펀드시장을 키우겠다더니, 업계 현장검사에서 괜한 군기잡기로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를 통해 49인으로 투자자를 제한한 사모형 상품인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을 15개 특수목적회사(SPC)로 쪼개 수백명에게 판매한 혐의를 잡았다. 의도적으로 공모 형태로 상품을 파는 것을 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은 50인 이상 출자자를 모을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랜드마크72 빌딩을 인수한 후 투자금 4000억원 가운데 선순위 대출 30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모집 규모와 최소 가입액은 각각 2500억원, 2억원이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ABS에 연 4.5% 수익률을 보장해 예비청약 이틀 만에 모집액을 채웠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큰 돈이 필요한 펀드는 대개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고, 여기에 십시일반 돈을 모은 펀드가 들어가는 구조"라며 "다른 경우에도 수익자를 끝까지 찾으면 100~200명이 훌쩍 넘는다"며 "막상 당국이 육성하겠다던 헤지펀드시장이 커지니 군기를 잡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금감원 식으로 규제한다면, 좋은 딜이 있어도 일반 투자자는 제외된 채 돈 많은 기관 투자자만 독식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껏 법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바가 전혀 없는 사안"이라며 "금감원 잣대대로라면 SPC를 쪼개 펀드에 넣어 왔던 관행 자체를 모두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닌데 금감원이 유독 이번 사안을 부각시키는 의도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헤지펀드시장 규모가 커지자 감독당국이 '존재감' 드러내기에 나섰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이유다.
앞서 5월 금융위는 증권사에 대해 헤지펀드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헤지펀드시장 규모는 올해 들어 전달까지 3조원에서 6조원 이상으로 2배 넘게 성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를 종합해봐야 알 수 있고, 지금은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혐의를 확정하는 데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