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북방대륙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향한 길을 넓히며

2016-09-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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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유라시아정책과 러 극동 시베리아 개발정책간의 접점 모색

박노벽 주 러시아 대사                                [사진제공=외교부공]


3일 블라디보스톡에서 한·러 정상회담이 제2차 동방경제포럼 기간 중 열린다. 동방경제포럼은‘극동지방을 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만큼 극동지역 국가들간 경제협력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협력과 함께 한·러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이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내 중요한 파트너이다. 우리로서는 러시아와 북방대륙을 향한 협력을 새로운 차원에서 개척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간 우리는 우리의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며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이제는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비전과 러시아의 극동 개발정책간 접점을 찾아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시점이다.
우리나라와 러시아 극동 지역은 지리적 근접성, 역사적 연관,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하겠다. 예컨대, 전년도 우리나라와 극동 지역간 약 60억불 규모의 교역액은 양국간 총 교역의 40%에 이르며, 한국을 방문하는 러시아인 절반 이상이 극동시베리아 출신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가스와 석유의 6-7%, 석탄의 18%를 이 지역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극동시베리아는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지인 동시에 유럽으로 연결되는 교통물류 허브로서 발전할 여지도 있다.

러시아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국토의 36%를 차지하는 극동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개발하고, 낙후된 인프라와 투자환경을 개선하려는 러시아로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차원에서 러시아는 2012년 APEC 정상회의 블라디보스톡 개최에 이어, 극동지역 투자시 파격적인 세제 감면 및 관세와 행정상 혜택 제공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선도개발구역 및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향한 협력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유라시아 지역 협력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데 단계적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를 포함한 극동지역 국가들과의 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우리의 동방경제포럼 참석과 한·러 정상회담 개최에 즈음하여 아래 네 가지 측면에서 북방대륙을 향한 우리의 협력 방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동북아와 유라시아 지역의 안정과 협력 사업 추진에 심각한 지장과 불안 요소로 작용해 왔다. 우리 정부의 대응 조치와 입장에 대해 러시아와 공감대를 넓혀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극동 시베리아 지역 개발 협력을 위한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둘째, 현재 우리는 러시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와의 자유무역협정 도입을 모색하게 된다면, 통상장벽을 낮추고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극동시베리아 개발 관련 한·러 민간 기업간 협력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작은 사업들이라도 성공사례들을 축적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한·러 양측은 농업생산성 향상 연구, 수산가공과 어업협력, 의료보건, 교통인프라, 환경개선, 북극연구와 항로개발 등 호혜적인 사업의 발굴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이번 동방경제포럼에는 일본, 중국, 아세안 등 아시아 지역 뿐만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유럽기업 대표들도 상당수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 극동시베리아 개발협력에 있어, 상호 연계된 협력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볼 때 러시아는‘시베리아의 힘’이라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동북아 지역국가에 가스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 에너지, 물류, 인프라 분야에서 공동 협력을 창출하고 중장기적 계획하에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금번 정상회담을 포함하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비전하에 창의적인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한러간 진지한 협의와 협력을 지속해나가고자 한다. 이는 극동에서 새로운 협력의 역사를 열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통일비전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러간 협력을 통해 유럽과 동북아를 연계하여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꿈을 실현하는 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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