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가 29일 서울 양재동 더K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우올림픽과 향후 일정, 목표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강릉 경포대에 갔다왔어요.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할머니 두 분이 평상복 입은 나를 알아보고 강원도 사투리로 ‘축하한다’고 하시데요. 골프를 모르는 어린이나 골프를 안 치는 사람들도 나를 알아보는 일이 많아졌어요. ‘올림픽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고 많이 느낍니다.”
2016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한지 약 1주일이 되는 프로골퍼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29일 서울 양재동 더K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림픽과 올림픽 이후에 대해 털어놓았다.
통증이 호전됐으나 완치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오는 9월15일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도 못나간다고 했다. 그는 “에비앙 대회는 가장 우승컵을 안고싶어하는 대회인데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타이틀이어서 나가고 싶지만 멀리 보고 올해 일정은 희생하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박인비는 올림픽에서 메이저대회에서도 느끼지 못한 것을 많이 경험했다. 올림피언으로서의 색다른 경험은 물론 자신의 골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도 됐다. 올림픽 이전까지는 별다른 목표없이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살아왔다. 그런데 올림픽을 계기로 특정 목표를 정한 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쏟아부었다. 집중, 몰입, 후회없는 경기, 에너지 고갈 등으로 표현할만큼 골프선수로서, 한 개인으로서 한단계 성숙했다고 자평한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고 더욱 그가 금메달을 땀으로써 한국골프는 팬들이 더 다양해지고 대중화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약 18년전 박세리의 성공 신화를 보고 박인비가 골프선수가 됐듯이, 박인비의 올림픽 금메달에 영감을 받아 골퍼로서 꿈을 키우는 ‘인비 키즈(kids)’가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여자골프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하고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땄으니, 그를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라고 일컫는 이들이 많다. 어찌보면 다음 목표는 없을 것같다. “4년 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수성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이제 목표는 메이저대회 승수를 더 쌓는 일입니다. 골프선수의 업적을 평가할 때 메이저대회 우승횟수는 꼭 들어갑니다. 특히 메이저대회로 편입된 후 우승을 하지못한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이 숙제입니다.”
세계랭킹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한 그를 ‘세계에서 골프를 잘 치는 여성’이라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성싶다. 그처럼 골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박인비는 올림픽 전 코스를 둘러보고 “상상력이 필요한 코스”라고 말했었다.
“골프는 정신력(멘탈리티)이 50%, 테크닉이 35%, 창의력(상상력)이 15% 정도를 차지한다고 봐요. 정신력이 밑받침돼야 연습이나 샷 구상, 게임전략을 효과적으로 짤 수 있습니다. 나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몰입하는 스타일입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대회에서 바짝 긴장할 때에는 최고의 몰입상태가 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나흘 내내 집중도가 높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올림픽 코스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코스였지요. 그린주변에서 샷을 할 때 상상력을 많이 동원해야 했습니다. 띄우는 샷이 잘 안통할 것같아 평소 안쓰던 46도와 50도 웨지로 굴려치는 샷을 많이 연습했는데, 그것이 주효했습니다.”
결혼한 여자 프로골퍼들은 두 부류가 있다. 아이를 낳고 은퇴하는 축과 계속 선수생활을 하는 축이다. 전자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후자는 줄리 잉스터(미국)가 대표적이다.
박인비는 약 2년전 결혼했다. 그가 언제 2세를 낳을 것인가, 아이가 있을 때에도 선수생활을 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박인비는 이 문제에 관한한 단호했다.
“2세는 반드시 낳을 겁니다. 다만 선수생활을 하는 도중에는 낳지 않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은퇴할 것이고, 내게 주어진 100%의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낼 계획입니다. 아이가 어린 시절에는 하루 종일 엄마가 함께 있어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남편과 상의해 2세를 골프선수로 키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