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저물가에 환율까지 급락…디플레이션 우려 '성큼'

2016-08-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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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기록적인 저물가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급락하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말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을 관리지표로 삼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쳐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0%대다. 지난달 상승률은 0.6%를 기록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2년 가까이 저물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7%에 그쳐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1999년의 0.8%보다도 낮은 수치다.

2011년 4.0%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은 2012년 2.2%, 2013∼2014년 1.3%로 갈수록 떨어져 어느새 0%대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사람들은 소비를 최대한 늦추게 마련이다. 늦게 살수록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잡기 때문이다.

제품이 안팔리니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고용축소는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 여력은 더 줄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지고, 물가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시작이다.

가뜩이나 저물가로 인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급락하며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일 14개월만에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가 17일 1108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는 지난 2월 1241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통상 환율하락은 수입물가를 낮춰 소비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으나 최근 기록적인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하락은 소비증가보다 디플레이션 우려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수입가격이 내려가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계속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 투자은행인 노무라는 달러-원 환율이 올해 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올해부터 물가억제가 아니라 적정한 물가수준 관리를 내세웠음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물가를 올려 성장동력을 만든다'는 내용을 경제활력 제고방안 과제로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물가인상을 통해 기업 매출과 이익을 높이고 이를 투자와 고용확대, 임금인상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었으나 마땅한 수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를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라며 "경상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가계소득 증대 등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대책만으로는 과거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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