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연찬모 인턴기자 = “고급택시 사업의 출현으로 국내 택시업계 수준은 한 단계 더 상향평준화 될 것입니다. 특히 기존 택시서비스와 이미지 개선 등에 기여하면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하이엔 고급택시 운전기사 김주호 씨)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인근 주택가에 고급 외제차 한 대가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잘빠진 디자인과 광택의 위용을 뽐내며 서 있던 이 최고급 세단은 바로 ‘벤츠 E300 4Matic’. 그러나 기자의 눈을 더욱 사로잡은 건 이 외제차의 운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의 몸에 익은 서비스다.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 착용 부탁드립니다. 많이 더우시죠?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었으니 추우면 말씀해 주세요. 그럼 목적지로 출발하겠습니다.”
승객의 양해를 구하고 차량에 동승하고서야 운전자와 해당 서비스의 정체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한국스마트카드의 자회사인 ‘하이엔’의 고급택시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함께 전국 최초로 고급택시 시범사업을 거친 하이엔은 지난 5월부터 전화예약을 통한 고급택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약 100명의 운전기사들이 벤츠 E300 4Matic, 렉서스 E350 Supreme, K9 등의 차량 100여대를 운행하고 있으며, 운송서비스와 함께 △VIP 의전서비스 △공항서비스 △웨딩이벤트 △의료관광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전화예약을 통해 상담부터 결제까지 쉽고 편리하게 차량을 예약할 수 있으며, 사전결제가 가능해 대기 없이 하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분들을 모시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실제 이날 고급택시에 탑승한 박모 할머니(65)는 서울 수유동에서 부천에 살고 있는 아들 집에 가기 위해 이 서비스를 처음 이용했다. 박 씨는 “부천에 살고 있는 아들 집에 방문하려 했는데 아들이 집 앞에 차를 가져다 놓았으니 타고 오라고 해 영문도 모른 채 나왔다”며 “처음에는 낯선 사람이 짐도 들어주고 차 안까지 데려다 줘서 조금 당황했지만, 너무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에 불안감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내 나이 또래 중에 이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면서 “친구들에게 자식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겨 기분이 좋다”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이엔의 고급택시는 기본요금이 8000원(초과 시 1km당 1400원), 시간제로 예약할 경우 시간당 4만원(기본 3시간)의 요금이 부과된다. 일반택시(3000원)와 모범택시(5000원)에 비해 비교적 높은 가격이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로 점차 이용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전문 의전교육과 함께 응급처치교육, 외국어 교육 등을 이수한 승무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승무원들의 선발 과정이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일반택시운전자격증과 달리, 운전경력뿐만 아니라 사소한 사고이력 조회부터 면접 시 승무원의 직업관 및 가치관까지 고려하는 등 최상의 고객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
운전기사 김주호 씨는 “3년간 일반택시를 운전했지만 넘쳐나는 차량들로 레드오션이 돼 자연스레 고급택시로 넘어오게 됐다”며 “처음에는 문 여닫기만 수백번씩 하는 등 모든 교육과정이 생소하고 힘들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에 이제는 자부심과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고급택시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에 대해서도 차분히 설명을 이었다.
그는 “고급택시의 경우 사납금이 없는 월급제로 승무원들의 영업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용객 수준도 높아 취객 등 진상손님이 적어 운행이 편하고, 외제차이다보니 주변 차량들이 난폭운전을 하지 않아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 내부에 마련된 간단한 다과, 그리고 생수를 즐기고 있으니 찜통 더위도 모른 채 어느덧 박 씨 할머니 아들집에 도착했다. 택시업계의 부정적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