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국내 은행들이 국제 자본규제 준수 및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 부담에 조건부 자본증권인 코코본드 발행을 늘리고 있다. 코코본드가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보다 손쉽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1일 미국 및 유럽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해외 기명식 무보증 무담보 상각형 코코본드를 발행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규모는 5628억5000만원으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된다.
코코본드는 조건부 신종자본증권형과 후순위채 등 2종류로 구분된다. 조건부 신종자본증권형의 경우 기본자본(Additional Tier 1)으로 분류돼 기본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으며 후순위채는 보완자본(Tier 2)으로 인정돼 총자본비율에만 영향을 끼친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6월 후순위채 코코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규모는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규모였다. 신한은행이 코코본드를 발행한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로 하반기 추가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4월과 5월에 4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코코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국제 자본 규제인 바젤Ⅲ 도입에 따라 코코본드를 발행해왔다.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바젤Ⅲ는 2019년부터 전면 시행돼 총자본비율을 14% 이상으로 높이도록 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 등 4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5.4%로 바젤Ⅲ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KEB하나은행이 16.76%로 가장 높고 국민은행이 15.9%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각각 15.2%, 13.7%다.
기본자본비율의 경우 △국민은행 13.9% △우리은행 10.5% △신한은행 12.6% △KEB하나은행 13.4%를 기록하고 있다.
바젤Ⅲ 충족 요건에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난 점도 은행들이 코코본드 발행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코코본드가 자본으로 인정돼 이익잉여금으로 분류되는 만큼 충당금 적립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4월 기준 국내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코코본드 발행 잔액은 1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비상장 은행지주회사 역시 코코본드 발행이 가능해져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발행은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조선·해운 여신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NH농협금융지주가 자본 확충을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해왔으나 올해에는 기업 구조조정 영향에 따라 자본확충 방안으로 더욱 주목받는 것 같다"며 "이자미지급 가능성이 발생할 경우 신인도 하락 등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