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다음달 열리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CNBC가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대형은행 중 한 곳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일부 기업 고객에 서한을 보내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도 있다"며 "글로벌 시장의 금리를 현재 낮은 수준으로, 일부는 마이너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통상 개인이나 기업보다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예금에 대해 적용한다.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대출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저축을 하면 보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만큼 초강도 경기 부양책으로 꼽힌다. 현재 덴마크와 스위스, 스웨덴 등 유럽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일본도 지난 1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행의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는 데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발표된 영국의 7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7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를 평가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산업연맹(CBI)이 5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업계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2%는 향후 3개월간 사업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낙관적일 것으로 보는 기업은 5%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 20%는 고용률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규모가 향후 몇 년간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영국의 시장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영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내다봤다.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면 인하폭은 0.25%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0.50%에서 0~0.25%로 조정돼 사실상 제로 금리가 시작되는 셈이다. 문제는 한 번 금리가 인하되면 추가 인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거찬 블리게 위원 등 BOE 통화정책위원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0.5% 또는 -1%로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일스 킴볼 미시간대 교수는 "영국 내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빠른 시일 내에 -2%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정하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최근 마이너스 금리가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탓이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는 스위스에서는 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모기지론 같은 대출 비용을 늘려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저항감을 나타내왔던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의 입장이 변할지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