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15년 3월 통과된 법이 우여곡절 끝에 1년 6개월 만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시행되기 전에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도 많다. 그 하나는 헌법재판소다. 2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결이 나온다. 여기서 ‘일부 위헌’이라는 판결이라도 나오게 되면 법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 또 하나의 관문은 언론이다. 언론 재판을 통과해야 한다. 요즘 언론에서는 김영란법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고 저것이 문제라며 제발 ‘위헌 판결’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에서 특히 김영란법에 대한 유감을 많이 표시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이 법에 따라 졸지에 ‘공적 업무 종사자’로 규정되고, 취재원에게 접근하기도 어렵고, 기타 다양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 못지않게 필자도 이 법에 유감이 많다. 필자도 불편해진다. 부정청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당연하다. 그런데 공무원으로 있는 친구들 만나기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측면도 있다. 더 편안하고 더 공개적인 분위기에서 더 가볍게 식사하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비만이나 과체중을 걱정하는 시대라서 더욱 그렇다. 그동안 ‘김영란법’이라는 약칭 사용에 문제가 있었다. 입법을 주도하신 분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입법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더라면 그렇게 노골적으로 반대할 수 있었을까? 또 하나의 유감은 국회다. 국회의 높으신 분들은 이 법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이 들어가는데 국회의원은 빠져나왔다고 한다. 훌륭한 법이라면 물샐 틈이 없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은 어디로 간 것인가?
물론 초기에 농가의 소득이 감소하고 자영업 경기가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금방 다른 수요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게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인한 경기 위축 등의 부작용은 크지 않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OECD 평균수준으로 개선되면 경제성장률이 0.65%,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66억 달러(약 7조6천억 원)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위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라고 하는 규제 금액이 너무 과도한 것인가? 서구 선진국의 반부패 법령에 따른 규제 금액에 비하면 ‘김영란법’의 규정은 결코 과하지 않다. 독일은 공직자가 우리 돈으로 1만5천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미국도 20달러(2만3천원) 이상의 선물을 금하고 있다. 스웨덴의 공직자는 신용카드 영수증을 평생 보관하고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스웨덴의 한 국회의원이 우리나라의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식사 대접을 받았는데, 해외출장비에서 그 식사비를 반납해야 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250명의 고등학생이 수학여행 길에서 돌아오지 못했는데, 그 사고의 원인은 우리 사회의 만연한 부패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현직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한국사회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좀 불편해지더라도, 조금 유감스럽더라도 ‘김영란법’을 그대로 한번 시행해봤으면 좋겠다. 다들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