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검찰 개혁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른바 ‘진경준 게이트’를 비롯해 검찰 비리가 잇따라 발발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외부 충격을 통해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견제하자는 논의를 본격화한 것이다.
하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 정부 때 물꼬가 트인 공수처 신설은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번번이 무산된 데다, 이와 맞물린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은 제헌헌법이 만들어진 1948년 이후 60년 이상 논의된 해묵은 과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일 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 입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의원총회를 각각 열고 “검찰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입법화 작업을 천명했다.
공수처 신설의 핵심은 △공수처 수사대상 범위 △공수처 상부조직 결정 등이다. 양당은 전자와 관련, ‘국회의원·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판검사’ 등을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양당은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뒤 일주일 내로 공동 입법에 나서기로 했다. 더민주는 산하 민주주의 회복 TF는 이에 앞서 21일 검찰 개혁의 주요 뼈대를 공개한다.
문제는 두 번째 의제다. 공수처 신설이 정치권의 화두가 된 것은 국민의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검찰총장 산하에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검토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공수처 신설 방안을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 때도 ‘검사 스폰서’ 사건을 계기로 촉발했으나,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이 터져 나오면서 유야무야 됐다. 사실상 후자가 공수처 신설의 방향타인 셈이다.
◆ 검·경 수사권 조정, 60년 논쟁거리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는 야권 내부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더민주에서는 검찰 출신인 금태섭 의원 등이 검찰 수사권 축소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선 신중론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시초는 근대적 형사법이 도입된 일제강점기다. 일제는 사법체계의 효율성을 위해 중앙집권적 형사법을 만들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에 대한 영장 없는 강제처분 권한 부여와 검사동일체 원칙, 검찰에 대한 복종 의무를 규정한 사법경찰관 체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제헌헌법을 만든 뒤 1948년 8월 검찰청법 제정을 통해 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검사에게 부여했다. 4·19 혁명 이후 허정 과도정부는 경찰에 1차 수사권 부여 방안을 논의했지만 5·16 쿠데타로 관련 논의는 올스톱됐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 제정과 함께 즉시항고제도 신설 등 검찰에 막강한 권한을 줬다. 10·26 이후 경찰 내부에서 수사권 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2004년 ‘검·경 수사권조정협의체’가 출범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40개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재교 세종대학교 교수(변호사)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공수처 신설에서 중요한 것은 인사권인데, 대통령이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행정부가) 검찰을 장악하기는 더욱 쉬워진다”며 “지금 검찰의 문제는 견제 장치다. 결국 수사권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