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기자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5천년 역사를 지켰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으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일개 민간건설사 사장인선이 정치권 외압설로 시끌벅적할 정도로 우리 정치가 이른바 ‘개 3류’ 수준이란 게 말이다.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대표를 정치권이 밀고 있다는 외압설이 돌면서 대우건설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사장추천위원회가 서울 모처에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회의실에 출입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인선 과정에 이처럼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건 시대착오다. 대우건설 안팎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보좌관이 나보란 듯이 힘을 쓰고 다녔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역적 행위다.
어떻게 이런 낡은 구습이 밀레니엄이 십수년이나 지난 지금 현재진행형이 될 수 있을까.
구조적으로는 사장추천위원회의 구성이 문제다. 사추위는 산업은행 고위인사 2명과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됐다. 산업은행은 2010년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확보한 대주주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연결고리로 정치권이 민간업체인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손을 뻗치고 있는 모양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이같은 연결고리를 끊으면 되는 데 문제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민간기업을 사장을 뽑는데 이해관계가 가장 밀접하게 얽힌 대주주의 개입을 막을 명분은 없다.
그렇다면 그 윗단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치권과 산업은행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말이다.
시민단체가 나서 국책은행 경영에 개입해 경영부실을 만드는 정치인들을 색출, 낙선 운동을 벌여야한다. 관계된 민간업체의 경영부실과 낙하산 인사의 인과관계가 명확할 경우 사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 제정도 필요하다. 외압 당사자인 입법부가 이같은 법을 만드는 게 가능할 지 의문이지만 정치권에도 깨끗하고 진보적인 인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는 박창민 후보가 낙하산 의혹에 휘말렸다고 해서 그의 업무능력을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다. 박 전 사장은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100% 영업력으로 사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실제 정치권 외압을 등에 없고 최종 후보 2명에 올랐는지도 현재로선 확실치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 일개 민간 건설사 사장 인선에 모 국회의원이 개입했네 하는 잡음이 나고 그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겐 불명예다. 사실 외압설의 주인공인 박 전 사장 스스로가 가장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후보 사퇴를 하면 외압을 인정하는 꼴이고 계속 가자니 사장이되도 낙하산의 오명을 벗을 수 없으니 말이다. 선택은 박 전 사장 스스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