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식품업체들이 와인 사업에서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 식품으로만 보면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와인 사업만 시작하면 '마이너스의 손'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안정적인 재원, 인지도와 글로벌 네트워크, 인력 확보의 용이성 등 와인 중소업체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어 후발주자라고 해도 단기간에 시장장악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이 2001년 설립한 와인 수입업체 레뱅드매일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2014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매출은 2013년 120억원에서 2014년 145억원, 지난해에는 1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3년 3억원에서 2014년 영업손실 3억280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지난해도 2억3200만원 마이너스 성장했다.
회사 측은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구겨진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각오다. 레뱅드매일은 올 6월까지 매출 68억원, 영업이익 1억1700만원을 보였으며 올 연말까지 매출 156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2003년 시작한 동원와인플러스도 10년 이상 와인사업을 운영했지만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보여왔다. 매출액은 매년 40억~50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4년부터 와인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그해 매출 70억원, 지난해 85억원을 보이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다.
지금은 매각했지만 동아원(현 사조동아원) 역시 와인 사업에 실패한 식품업체 중 하나다.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은 업계에서 와인애호가로 유명하다. 당시 동아원은 와인수입 계열사 나라셀라와 오프라인 와인매장인 단하유통, 와인 액세서리 전문점인 단하지앤비 등 3개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동아원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지난해 12월 수입 주류 전문 물류회사인 오크라인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백화점, 마트 등에서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여기에 저가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확실한 준비없이 사업을 전개한 업체들은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