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총리는 이날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함께 사드 배치 결정에 격렬히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성주를 전격 방문했다.
황 총리는 성주군청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엊그제 사드 배치 발표를 들으셨을 때 여러분께서 예측하지 못한 발표를 듣고 얼마나 놀라셨을지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도 이 자리에 섰다”며 “여러분들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 도발을 하고 있다”며 “국가의 안위가 어렵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다시 한 번 충분하게 말씀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어제 국방과학연구소가 사드 레이더와 아주 비슷한 그린파인 레이더에 대해서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 우리 인체의 보호 기준보다는 훨씬 낮은 평가가 나왔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안전과 관련해서 열 번 백 번 점검하고 살펴서 위험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금이라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할 수가 없다. 하지 않겠다. 안전에 우려되는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정부가 생각하는 사드를 안전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민구 장관도 “성주군민 여러분께 미리 설명 드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최적의 군사적 효용성을 확보하는 지역이 성주 지역이었다”며 “사드의 전자파나 기타 문제는 주민의 건강과 안전에 전혀 위해하지 않음을 저희들이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사과와 입장 설명에도 성주 지역 주민들의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날 성주군청 앞에 모인 주민 3000여명은 황 총리와 한 장관 등이 청사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사드 성주 배치에 강력히 항의했다.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하의에 계란 분비물이 묻은 상태로 연설을 이어갔으나, 주민들 사이에서 욕설과 고성이 쏟아지고 물병과 계란 등이 날아들면서 결국 연설이 중단됐다.
5분 뒤 연설을 재개한 황 총리는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주민 여러분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뛰어들려다가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황 총리 등은 청사 내부로 급히 피신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 수십 명도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또 다시 몸싸움이 발생했다.
황 총리 등은 청사를 빠져나와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라탔으나 이내 주민들에게 둘러싸였다. 주민들은 급기야 트렉터 2대를 끌고 와 버스를 막아섰고 이로 인해 장시간 대치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