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0%를 달성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국제유가 하락을 꼽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물가안정목표제를 단일 수치로 변경한 이후 처음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지속적으로 밑돈 원인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0.8% △2월 1.3% △3월 1.0% △4월 1.0%를 기록했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각각 0.8%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평균으로는 총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목표치에서 0.5%포인트 이상 벗어나자 처음으로 설명에 나선 것이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한 원인으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을 꼽으며 올 상반기 중 물가 상승률을 0.8%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 올 상반기 중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오름세를 지속했으나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35% 낮은 수준이다.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부진 등 국내 경기 회복이 지연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한은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올 상반기 중 1.7%인 점을 감안하면 수요 요인에 의한 물가 하락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기여도를 살펴보면 2013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분(2.0%포인트) 중 공급 요인이 1.5%포인트를, 수요 요인은 0.5%포인트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급 요인 중에서는 국제유가가 물가 상승률을 0.9%포인트 하락시켰다. 수요 요인 중에서는 수입물가와 GDP갭률이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외 측면에서는 유가와 수입물가, 환율 등 해외 요인이 물가 상승률 하락분(2.0%포인트) 중 1.5%포인트를 차지했으며 농산물 가격 안정과 GDP갭률 마이너스(-) 전환이 0.5%포인트 영향을 끼쳤다.
국제 유가 하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과 일본, 스웨덴 등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국가에도 영향을 끼쳐 목표를 크게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5월 중 0.3% 상승해 목표인 2.0%에 미치지 못했으며 일본의 경우 0.1% 하락했다. 스웨덴의 경우 0.7%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 1분기에는 국제 유가와 수입물가가 물가 상승률을 1.4%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올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 상승해 올해 총 1.1%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 하락 등 공급측 요인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수요 측면의 하락 압력도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국제 유가의 경우 초과 공급 완화, 세계 경제 회복세 등에 따라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세계교역량 회복 등으로 국내외 경기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돼 하락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브렉시트로 인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나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국내 수요 위축 등은 물가 상승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은은 내년 상반기에 2.0%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총재는 국제 유가가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내년에는 상승 요인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는 유가가 물가를 0.5%포인트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내년에는0.2~0.3%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와 관련한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며 중장기적으로 물가가 목표 수준에 접근토록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하방리스크가 커질 경우 원인과 향후 물가 경로를 감안해 목표 이탈 정도를 줄여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