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그간 신사업 진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범 삼성가(家) 3세들이 급속히 '화해 모드'로 옮겨가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조만간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에서 '삼성페이'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세계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SSG페이'의 삼성 계열사 내 적용 방안도 점쳐지고 있다.
그간 두 그룹은 범 삼성가임에도 상대의 결제시스템을 허용하지 않으며 신경전을 벌여왔다.
범 삼성가는 삼성그룹과 과거 그룹 계열사들이 분리해 독립한 CJ(식음료), 한솔(제지), 신세계(백화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창업자의 유훈에 따라 각 그룹들은 대표사업 영역을 절대 넘보지 않으며, 부족한 부분(사업)이 있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3세 시대 개막 이후 미래를 위해 뛰어든 신사업 분야가 중복되면서 반목이 시작됐다.
첫 갈등은 지난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 때 터졌다. 대형 물류회사를 필요로 했던 CJ는 대한통운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SDS가 입찰 경쟁자인 포스코에 지분을 투자하며 컨소시엄을 맺었다. 삼성은 그룹 차원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CJ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컨소시엄 참여 주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삼성SDS였기 때문이다.
외사촌 관계에 있는 삼성과 신세계간 분란의 원인 역시 신사업이었다. 삼성과 신세계의 사업군 가운데 면세점과 패션 부문이 겹친다. 두 그룹은 지난해 서울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경쟁했는데, 신세계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두 그룹은 패션 부문에서도 경쟁하고 있는데, 삼성측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사업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페이는 지난해 8월 출시된 이래 3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신세계 내 유통점에서 삼성페이의 사용이 불가했다. 신세계는 한 달 앞서 출시한 SSG페이를 내세워 삼성페이와 경쟁을 벌여왔다.
이처럼 삼성가 3남매와 정용진 부회장이 대결 구도로 치달으면서 제2의 삼성가 갈등이 촉발되는거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삼성가 화해 모드를 기대하는 관측이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9월 이재현 CJ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인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 삼성가는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탄원서는 삼성가의 우애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삼성과 CJ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가로막는 계기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피를 나눈 형제들이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것이 기업가의 생리”라면서 “앞으로도 신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우애를 잃지 않는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