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롯데가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결국 구속됐다. 롯데그룹은 신 이사장이 구속됨에 따라 향후 그룹 수뇌부와 오너 일가로 뻗칠 수사의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7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은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이 제출한 신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로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가 결국 신 이사장을 철창 속에 가두게 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맏딸 신 이사장을 총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 유학길에 떠난 이후 1960년 부인 노순화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신 이사장을 홀로 한국에 남겨뒀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죄책감을 가졌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성실히 협조할 생각이다"며 "신영자 이사장은 오너 일가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은 롯데그룹보다는 개인 회사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룹 내부 정보를 많이 아는 신 이사장인 만큼 신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검찰이 범죄행위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피의자와 구형량 감경 등을 조건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 이사장은 롯데가 신동빈 회장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롯데시네마 매장 운영권을 상실하면서 신 회장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재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을 때 신 회장은 신 이사장의 주요 수입원을 냉정하게 잘라냈다.
특히 신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시작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초기와 현재의 입장이 다른 만큼 동주·동빈 형제와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기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분류됐던 신 이사장이 최근에는 신동빈 회장의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해관계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아 향후 롯데그룹의 수사의 향배에 얼마든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롯데그룹과 신 회장이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롯데그룹 측은 검찰의 다음 타깃은 신 회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신 회장이 지난 3일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한 후 귀국해 지금까지 자체 분석 등을 벌인 만큼 검찰에 자진 출두해 솔직하게 사실관계를 털어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