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현 경영환경에서 변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우(slow)가 아니라 서든 데스(돌연사, Sudden Death)가 될 수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계열사 경영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강도높게 요구했다. 브렉시트 현실화,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18개월 연속 수출 감소 등 하반기 경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만큼 각 최고경영자(CEO)가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와 혁신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날 회의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산하 7개 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 16개 주력 관계사 CEO와 임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자유강연 형태인 TED 방식으로 강단에 올라 변화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형식을 갖춘 회의에서 변화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낡은 방식이라는 판단에서다.
무선 마이크를 달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CEO들 앞에 선 최 회장은 SK그룹에 닥친 위기서부터 변화의 대상과 방법 등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최 회장은 "우리 임직원들이 SK를 선택한 것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다른 곳 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고 대부분의 관계사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SK 임직원은 스스로도 행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SK 역시 사회에 행복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이 이날 모인 CEO들에게 주문한 것은 모두 3가지.
그는 우선 과감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환경이 변하면 돈 버는 방법도 바꿔야 한다"며 "과거의 성공이나 지금까지의 관행에 안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기존 기업문화의 틀도 깰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출퇴근 문화에서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보상, 채용, 제도·규칙 등이 지금의 변화에 맞는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관성을 버리고 열린 눈으로 일하는 방법을 바라봐야 틀을 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재원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산효율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자산을 효율성과 유연성있게 관리하면 변화의 속도에 맞게 준비가 가능해져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이와관련, "최태원 회장이 던진 화두는 그간 강조돼온 변화의 속도와 깊이 등 2차원적인 개념을 넘어 변화의 대상과 방법, 변화의 목적까지 아울렀다"며 "앞으로 SK 관계사들은 최 회장이 제시한 방향성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들을 일으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