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한잔] 우리 민족성을 넘어 DNA까지 언급하는 분들

2016-07-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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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문학박사)

강원도 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슬기[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환경오염과 관련된 사기행각이 드러난 폴크스바겐이 유독 한국에선 차값을 깎아줘 판매량이 65%나 늘었다고 한다.

한 신문은 △메르스 등 자기 병균을 남에게 퍼뜨릴 가능성이 높아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천연가스 버스는 충전소를 많이 지어야 하는데 주민들 반대가 심하다 △한국 사람은 자기 집 쓰레기를 담장 밖으로 던지고, 일본 사람은 담장 밖 쓰레기를 제 집 안으로 가져온다 △동아시아에서 한반도에서만 '충경'이 사라지고 '효경'만이 득세한다 등을 근거로 분석을 시도한다.
최근엔 6·25에 대해 위키백과에 설명된 내용, 즉 만주국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하는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등록된 한 전쟁영웅을 인용하며 우리 민족 DNA의 문제가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폴크스바겐 구매자들(이하 ‘그들’)은 국민으로 일반화 할 수 있는 사람들일까? 그들은 국민의 몇 프로나 될까? 굳이 구분하자면 외제차를 산 그들은 서민이 아니라 소위 사회지도층일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는 ‘말로만 애국자’인 사람도 적지만은 않을 듯하다. 의외로 메르스 사태 때 페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적었을 그들이 폐질환에 걸렸다면 남들 신경 안 쓰고 마스크를 벗었을 수도 있다는데 동의한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의  한 목장을 거니는 소떼[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종량제와 분리수거 실시 이후 우리 주변의 착한 서민들, 특히 주부들 가운데는 자기가 밖에서 만든 ‘쓰레기’ 뿐만 아니라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까지 꼭 챙겨와서 집이나 아파트에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건뿐만 아니라 유기견을 비롯한 '생명체'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따뜻한’ 이웃들이 적지 않다. 도시보다는 인심이 살아 있는 시골로 갈수록 그런 빈도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낯선 '충경'(忠經)은 '효경'이 포함된 유가의 대표적인 경전인 '십삼경'(十三經)에도 포함되지 못한 책이다. 중국에서도 유교의 대표적인 경전도 아닌 이 책은 금문(今文) 효경을 의지해서 만든 책이다. 특히 18장부터는 그 장의 이름까지 효경'과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유교의 경전이 아니라 위대한 유학자 가운데 한명인 후한 시대 마융(馬融)의 이름을 빌린 충의의 고양을 부르짖던 송나라 때의 저자 미상의 위서(偽書)로 추정되었다.

그런데도 한 연구소 교수는 명치유신 이후인 1882년에 나온 충경 표지 사진 한 장만 덩그렇게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에서 충경에 대한 주석은 에도시대인 1689년 한 번 출판됐다는 서지 정보만 전할 따름이다. 인기가 있었던 서책은 십여 차례 이상 목판으로 간행되곤 했던 것이 에도시대의 인쇄출판사의 특징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3월 근대 인쇄기술을 이용한 최초의 단행본으로서 '충효경집주합벽'이 출판된다. 규장각서고만 찾아보더라도 일본보다 많은 영조13년(1737) 등에 여러 차례 간행된 사실이 확인된다.

무슨 일만 터지면 정확한 사실파악도 하지 않은 채, 일부 계층이나 조직의 ‘우월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전체 국민들에게 걱정스러운 조언을 한다. 몇몇 근거가 없지만 내막을 모르면 그럴 듯한 말들로 엮인 조언 뒤에는, 왠지 ‘아몰랑’으로 DNA까지 거론하며 ‘니네들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 흥미롭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나 친일파들이 대놓고 우리의 민족성에 딴지를 건 점과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들 사이에 뭔가 공통되는 DNA는 없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깎아줘도 외제차를 구입 못 하는 우리 서민들은 언제까지 그들의 죄까지 뒤집어 쓰며 한 시대를 함께 살아야할까? 그들의 벗겨진 마스크에서 뿜어지는 메르스 균의 ‘숨’과 경유 외제차로 오염된 ‘미세연기’ 그리고 그들이 집 밖으로 던진 쓰레기의 악취를 언제쯤 누구 잘못인지 알고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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