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문학적 틀을 벗어나 현장에서 갈고닦은 리얼리티를 소설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프로파일러 출신 국회의원 표창원(50)이 추리소설로 대중 앞에 섰다. 자타공인 '셜로키언'(셜록 홈즈 마니아)인 표 의원은 장르소설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손선영 작가와 함께 '운종가의 색목인들-셜록, 조선을 추리하다 1'(엔트리)을 펴냈다.
소설은 모리어티 교수와의 대결에서 패하고 상실감에 젖은 홈즈가 아편에 중독된 채 죽기 직전의 상태로 조선 땅까지 흘러들어온 것에서 시작한다. 조선 최고의 명의 이제마의 딸 '와선'은 대리 공사 닥터 알렌과 함께 홈즈를 극진히 보살피는데, 퇴물 기생을 모아 장사를 하던 강석범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활로 죽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강석범의 집 대청마루 구석에는 '천지연'이라는 기생 한 명이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고, 홈즈와 알렌, 와선 등은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소설엔 홈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살인마 '잭 더 리퍼'도 등장한다. 그는 조선에 와서 기생이 된 색목인(터키, 이란, 아라비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들을 죽이며 홈즈 일당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19세기 조선에서 벌어지는 잭 더 리퍼와 홈즈의 대결을 경찰, 범죄심리학 교수, 프로파일러 등 치밀한 범죄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그렸다는 점이 이 작품을 여느 추리소설과 차별화한다.
표 의원은 "김성종 작가 이후 한국 추리소설은 시대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나의 강점인 리얼리티와 손 작가의 장점인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우리 문화·역사와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정치권의 이면, 추악한 현실 등 비하인드 스토리도 작품에 담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손 작가는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집요하고 섬세한 지점을 표 의원이 잘 짚어줘 왔다"며 "책의 성공 여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이 작품이)'잘 된' 추리소설로 남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라는 시리즈 명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