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기연 기자= 현실판 '시그널' 이재한 형사가 있었다. 지난 2011년 일어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4년간 쫓은 수사관이 피의자 남성 22명을 붙잡는 데 큰 도움을 줬다.
2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형사과 소속이던 김모 경위는 다른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 해당 사건을 알게 된 후 중학생이던 피해자들을 면담하려 했으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입은 상태라 진술을 받아내지 못했다. 이에 김 경위는 4년간 피해자들과 연락을 하며 유대관계를 이어갔다.
5~6명의 피의자 이름만 기억하고 있던 피해자들은 점차 피의자들을 떠올렸고, 경찰은 주동자 A씨(21) 등 3명을 구속하고 B씨(21)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에 가담했던 피의자 12명은 군 복무 중이라 조사를 마치고 군으로 신병을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경위의 끈길진 노력 끝에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저지른 피의자들을 잡을 수 있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tvN 드라마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를 떠올렸다.
지난 2011년 사건 당시 고등학생이던 A씨는 서울 모처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여중생 C·D양을 발견하고 "학교에 말하겠다"며 협박한 후 며칠 뒤 뒷산으로 이들을 불렀다.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한 후 C양이 정신을 잃자 성폭행을 저지른 이들은 며칠 뒤 같은 방법으로 술을 먹인 후 또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때 사건에 가담한 이들만 22명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은 C·D양은 학교를 그만두고 우울증 등으로 힘든 생활을 해왔지만, 피의자들은 평범하게 살아왔고, 피의자 부모들은 "왜 지난 일을 이제 와서 밝히냐"며 죄의식 없는 발언을 해 더욱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