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4·13 총선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면서 국민의당은 지난 2월 창당 이후 5개월여 만에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이로써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안 대표는 두 번의 대표직 사퇴와 한 번의 야권 대선 후보 사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2012년 대선후보 사퇴에 이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7·30 재보선 패배 결과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등 주요 국면마다 '철수정치'를 반복, 대통령 후보 안철수의 이미지는 이미 크게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어 자신의 거취 문제를 지도부와 논의한 뒤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며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안 대표는 전날(2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의원들에게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의원들의 만류로 일단 사퇴 발표를 보류한 뒤 다음 날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었다.
안 대표는 당초 국민 정서를 고려해 김·박 의원을 출당 또는 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여기에 동조했다. 그러나 전날 김·박 의원 징계 수위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선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한 다수 의원들이 당헌·당규에 따른 '기소 시 당원권 정지' 처분으로 '신중론'을 폈고, 출당 조치는 없던 일이 됐다.
문제는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며 당의 '새 정치' 이미지가 이미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그동안 안 대표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의원을 고발한 때부터 김·박 의원 징계를 두고 당내에서 신중론과 강경론이 맞서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안 대표는 존재감이 없었고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구속되고 김수민·박선숙 의원(비례대표)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호남에서 안 대표 지지율이 떨어지고 당이 크게 휘청거리자 안 대표가 '뒤늦은 강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당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한편, 이날 국민의당 두 대표가 사퇴하면서 국민의당과 야권 주도권 경쟁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보좌진 갑질과 가족 채용 논란의 중심에 선 서영교 더민주 의원의 당무감사 결과가 30일 발표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서 의원의 비위를 알고도 공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 정서에 기초한 윤리적 잣대가 아닌 '정무적 판단'으로 서 의원의 공천을 지시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책임론은 당내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지도부 책임론과 관련해 "(김·박 의원 의혹과) 사안이 다르다"며 "김·박 의원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서 의원은) 2년이 지나면 징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최소한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린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