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근래에 없던 보릿고개였다. 2016년 상반기, 천만 관객 돌파 영화가 탄생하지 못했거니와 천만 관객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200만 관객을 넘은 한국 영화는 ‘검사외전’(970만명)과 ‘곡성’(685만명, 상영中) ‘아가씨’(408만명, 상영中) ‘귀향’(358만명)까지 네편 뿐이다. 100만 관객을 모은 영화도 가뭄에 콩 나듯 해 ‘탐정 홍길동’(143만명) ‘시간이탈자’(120만명) ‘동주’(116만명) ‘오빠생각’(106만명) ‘날, 보러와요’(106만명) 뿐이고 이 중 ‘동주’와 ‘날, 보러와요’ 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천만 관객에 근접하며 상반기 영화 중 흥행 1위에 오른 ‘검사외전’의 영광은 ‘스크린 독과점’ 오욕으로 얼룩진 것이다. 대체공휴일까지 포함된 설 연휴를 노골적으로 노린 이 영화는 2월 8일 1779개 스크린에서 9252번, 9일 1812개 스크린에서 9451회 상영됐다. 상영점유율은 8일에 53.6%, 다음날 53.1%다. 한국 은막 중 절반 넘는 곳에서 ‘검사외전’을 틀었다는 의미다.
[사진=영화 '아가씨' 스틸]
상반기 한국 영화는 이토록 부진했고, 거의 유일한 흥행작마저 노골적 밀어주기의 결과였다.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나홍진, 박찬욱 감독의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진출 소식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7년 만의 신작 ‘아가씨’로 경쟁 부문 초청장을 받았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은 2012년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이후 4년 만이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도 비경쟁 부문에 상영되면서 한국 관객의 기대감을 높였다.
두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도 사랑받았다. ‘아가씨’는 전 세계 175개국에 판매되며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국가에 팔린 작품이 됐다. ‘곡성’ 역시 미국, 프랑스, 중국을 비롯한 10여 개국에서 사 갔다.
호재는 한국에까지 발 빠르게 전해서 개봉과 동시에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아가씨’는 ‘친절한 금자씨’의 누적관객수 365만명을 가뿐하게 뛰어넘으며 박찬욱 감독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개봉 19일째에 이룬 성과다.
[사진=영화 '곡성' 스틸]
‘곡성’의 흥행 조짐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정식 개봉 전날 오후 5시부터 극장에 걸리는 전야 개봉만으로 17만 관객을 동원, 역대 전야 개봉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다음날 공식 개봉해 첫날 30만 관객을 불러들여 5월 개봉 한국영화 중 역대 1위로 출발선을 끊었다. 전야 개봉 포함 4일째 100만, 5일째 200만, 8일째 300만, 11일째 400만, 16일째 500만, 24일째 600만 관객을 모아 5월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빨리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