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찬구 금호家 형제 힘겨루기, 형이 이겼다...금호석화 "항소여부 검토"

2016-06-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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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오른쪽)[사진=각사]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금호가(家) ‘형제의 난’으로 비롯된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 승소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금호석유화학그룹 측은 “형제간 싸워서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 회사가 손해 본 것은 사실이라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김정운 부장판사)는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박삼구 회장과 기옥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103억원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 당시 계열사끼리 기업어음(CP)을 거래한 것을 두고 금호가 형제들의 다툼은 시작됐다. 2009년 12월 30일 워크아웃 신청 당일과 다음날 금호석유화학·금호피앤비화학·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8곳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1336억원 어치의 CP 만기를 최대 15일까지 연장해 계열사 간 부당지원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금호석화유화학은 지난해 6월 “2009년 그룹 유동성 위기때 박삼구 회장 등의 주도로 금호석유화학이 부실계열사인 금호산업의 CP를 매입해 165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출자전환과 조정이율에 따른 손해액 등을 고려했을 때 103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은 CP 매입 당시 대표이사직에서 퇴진한 상태라 직접 관련이 없다”며 “당시 금호석유화학이 단기자금 운용 차원에서 금리가 높은 CP에 투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이 2009년 12월 31까지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대표이사 직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1년여간 진행된 법적공방에서 재판부는 “원고인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 CP 매입 경위나 상황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2009년 손익상황이나 재무상태의 일부분만을 근거로 원고의 재무상태가 극심하게 어려운 상황이었다거나 원고가 금호산업 CP를 매입한 것이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당시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로 금호산업과 함께 대우건설 등의 인수를 주도하기도 했다”면서 “산업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도 함께 참여하는 등 금호산업의 재무적 위험을 공유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의 CP를 매입한 것은 실질적인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분담을 위해 불가피한 범위내에서 이뤄진 행위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 사안에 대해 “워크아웃 신청 이후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CP 만기를 연장한 것”이라며 계열사 부당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도 금호석유화학과 경제개혁연대가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고소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한편 두 형제간의 법적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다음달 11일에는 ‘금호’ 상표권을 두고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낸 상표권 이전등록 등 청구소송의 항소심 조정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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