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기자의 부동산 인더스토리] "'기내식엔 '비프 or 치킨'만 있는게 아닙니다"...김해공항 확장 국토부 발표를 보면서

2016-06-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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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or 가덕도' 양자택일 아니었다"...35개 후보지 놓고 원점에서 검토

"V자 활주로 신설은 콜럼부스의 달걀"...국내 연구 기관은 왜 경직된 틀에 갖혔나?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기내식엔 ‘비프 or(또는) 치킨’만 있는 게 아니었다. 메뉴는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비롯해 총 35가지나 됐다. 하지만 비행기가 착륙할 때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기장은 사실을 승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 기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비프는 밀양산이고 치킨은 가덕도산이었다.

김해산 양고기도 있었는데 기내 서비스가 되는 줄 승객들은 몰랐다. 지난 21일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발표 얘기다. 언론은 국토부의 발표 전까지 ‘밀양 or 가덕도’ 두 가지 메뉴에만 집중했다. 모든 기사는 양자택일과 관련된 문제였다. 결과는 ‘김해공항 확장’이란 제3의 메뉴였다. 언론은 당황했다. 소고기와 닭고기만 놓고 취재를 했던 기자실은 양고기란 발표에 술렁였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22일 언론사 데스크와의 간담회에서 “영남권 신공항 선정을 위한 용역은 최적의 입지를 놓고 원점에서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발표 당시 설명도 이와 같았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수십개의 언론사 데스크 중 제3의 메뉴에 대한 가능성을 알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

언론이 무지한 탓일까? 그 관계자는 “용역사가 지자체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김해공항 확장 등 제3의 안이 가능하다는 언급이 나왔었다”고도 했다. 용역 자체가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작업이었고, 용역 작업 과정 중 정부는 제3의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3의 메뉴에 대해 언급이 됐을 경우 빚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 그에 대해 함구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돌이켜 보면 정부가 제3의 대안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한 적은 없다. 엄밀히 말하면 소고기와 닭고기를 도마에 올리고 난도질을 하고 양념을 친 건 순전히 언론이었다.

하지만 간담회 자리에서 질의응답에 임한 국토부 고위관료들의 응답으로 판단해보면 제3의 메뉴에 놀란 건 언론 뿐만은 아닌 것 같다.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자료를 부랴부랴 만들었다.

이번 발표를 접하고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왜 과거 연구용역 결과에선 김해공항 확장이란 대안이 묵살됐나 하는 점이다. 과거 국토연구원 용역에서 연구원은 김해공항 확장과 관련된 네 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채택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이착륙에 걸림돌이 되는 북쪽 돗대산에 대한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서다.

프랑스 용역사가 제시한 해결책은 기존 활주로에서 40도 틀어진 방향으로, 즉 'V'자로 활주로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신설될 활주로 부지가 정부의 다른 개발계획에 포함돼 있어 부지확보도 쉽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프랑스 연구진이 생각해낸 방안을 왜 국내 연구진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를 '콜럼부스의 달걀'에 비유했다. 알고나면 별 게 아닌 데 달걀을 깨기 전까지는 미궁의 영역이었다는 얘기다.

이착륙에 방해가 되는 산을 피해 활주로를 40도 틀어서 설치하는 게 콜럼부스의 달걀에 비견될 정도라면 이는 더 큰 문제다.

복잡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단순화해 발표를 했겠지만 V자 활주로 신설 정도는 비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도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로 보인다. 관련 사안에 전문가인 박사급 연구진들이 오랜 기간 숙고한 뒤에도 이런 안이 나오지 못했다면 그 자체가 국토부의 외부 용역 시스템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증거다. 이번 용역을 했던 프랑스 연구진에게 콜럼부스 달걀 얘기를 꺼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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