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이탈리아 제1 야당 오성운동(M5S) 진영의 후보로 로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비르지니아 라지(37) 후보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라지 후보는 올해 만 37살로 100여 년 만의 최연소 로마 시장으로도 등극했다.
이탈리아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개표 결과 라지 후보는 68%에 가까운 득표율로 상대편이었던 집권 민주당의 로베르토 자케티후보를 압도했다.
라지 후보는 이날 당선인 연설에서 "(자신의 당선은) 로마에게는 근본적이고 역사적인 승리"라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부패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로마를 깨끗한 도시로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로마는 2014년 말 불거진 마피아와 시청 공무원의 결탁 의혹으로 혼란에 휩싸였으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이번 라지 후보가 소속된 오성운동진영은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1차 투표에서 1,2위 후보 간에 득표율 1% 이내의 박빙 승부가 벌어진 밀라노 시장 선거에서는 집권 민주당의 주세페 살라 전 밀라노엑스포 조직위원장이 51.7% 득표율로 중도우파 성향의 스테파노 파리시 후보(48.3%)를 근소하게 제쳤다.
토리노에서는 예상을 깨고 오성운동 진영의 여성 후보 키아라 아펜디노가 54.6% 득표율로, 45.4%를 얻은 현직 시장 피에로 파시노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나폴리에서는 무소속 현직 시장인 루이지 데 마지스트리스(66.8%)가 중도우파 성향의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 낙승이 예상된다.
이로써 2009년 창당한 신생 정당 오성운동은 4대 주요 도시 중 2곳의 시장을 거머쥐며 이탈리아 정치판에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했다.
반면, 집권 민주당은 밀라노에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추천한 살라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로마에서의 뼈아픈 패배를 상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리노에서도 오성진영에게 패배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언론들은 보도했다.
선거 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와 마테오 살비니가 창설한 극우정당 북부리그(NL)로 분열된 우파 진영은 이번 지방 선거 주요 도시에서 시장직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