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하루 기자가 만난 청년들은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높은 가운데 제각각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고 꼬박 1년 동안 면접도 본 적이 없다는 김 모(26·여)씨는 "실업률 12%가 역대 최고라니 이상하다. 체감상 50%는 넘는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정부의 정책에 실효성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청년들은 해외인턴 경험과 안정적인 취업을 보장하는 2년제로의 유턴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신 모(26·여)씨는 하와이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해외 어학연수와 인턴, 여행까지를 한데 묶은 WEST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어렵게 따낸 일자리가 적성이나 희망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이 문제다.
신씨는 미국에서 발전한 사회적 기업을 경험한 후 한국에 돌아와 창업할 생각이었으나 현재는 부동산 업체에서 웹사이트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턴이 무급이라 부모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도전하기도 쉽지 않다.
WEST에 도전한 또 다른 학생인 정모(29·남)씨는 원하던 일자리를 찾는 데는 성공했지만 '평일엔 인턴, 주말엔 알바'의 피곤한 생활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해외 인턴은 범죄에도 취약하다.
국내에서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호에서 벗어난 탓이다.
이모(24·여)씨는 국내 공기업의 해외지사에서 인턴 중이다.
이씨는 "아무리 공기업이라지만 사무실이 해외에 있잖아요. 온갖 더러운 일들이 일어나도 감시를 받을 수 없는 구조에요. 그 책임은 모두 인턴이 져야합니다"고 말했다.
전문대로의 유턴도 눈에 띈다.
고모(26·남)씨는 2년 전 다니던 서울의 4년제 H대학을 자퇴하고 2년제 P대학의 의료정보학과에 입학했다.
고씨는 "학교 이름 때문에 남은 3년을 버틸 바에야 빨리 2년제를 졸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문대 유턴에 대해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대가 취업률이 더 높지만 질 낮은 일자리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등 고용형태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대학정보공시의 취업률은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하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고용의 질까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충청 소재 4년제 대학을 중퇴하고 고씨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신모(25·남)씨는 "기술을 배워 실속을 차리려고 했지만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라며 "이러나 저러나 비정규직이라면 다니던 4년제를 마무리 짓는 게 나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