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임성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신시장 개척은 불가능하다”

2016-06-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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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104)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자[사진=한미약품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신시장 개척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성공을 못한다 해도 나는 수업료로 생각하겠다. 그렇지만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100% 그 이상으로 노력하면서 도전해 보자.”

지난 2012년 미국 제약사와 특허 다툼이 벌어졌을 때,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자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한해 동안 글로벌 제약기업인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에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의 수출계약액, 기술료 등과 관련한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것이다.

김포 통진고,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약국’을 열었다. 자신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 이유는 약국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였다. 신뢰를 쌓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스스로의 각오이기도 했다. 당시 의사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흰 가운을 입고 환자를 맞이했던 일, 다른 약사들이 꺼려하는 성병 치료제를 취급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1973년 한미약품공업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제약업계에 진출했다. 창업 5년 후인 1978년 어느 날, 임 창업자는 하얀 종이를 꺼내 그 위에 ‘創(창) 義(의) 行(행)’ 한자 세 글자를 썼다. 창(創)은 창조적인 사람, 의(義)는 성실하고 신뢰받는 사람, 행(行)은 최선을 다해 실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 세 글자 속에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역사는 ‘신약개발’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회사 설립 초기, 국내 제약업계는 복제약 영업에 몰두했지만 임 창업자는 신약개발에 열중했다.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신약 개발과 끝없는 제제 개선에 있다. 개성 있는 제품 개발을 통한 차별화만이 외국 업체에 대항하는 생존 방책이다. 독자적인 제품 개발 없이는 생존도 없다”고 생각했다.

연구개발(R&D) 비용은 아끼지 않고 쏟아 부었다. 매년 국내 제약업체 중 R&D 투자 부문 최상위 순위에는 늘 한미약품이 올라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 한미약품은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션’이라는 약물 전달 기술을 당시 제약 산업 최대 규모인 6300만달러에 수출하는 쾌거를 올리며 주름진 한국경제에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신약개발은 유전개발보다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에 규모의 사업을 하는 글로벌 제약사를 제외하면 도전이 쉽지 않다. R&D에 대한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긴 인내심이 필요하다. 2010년 한미약품은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했는데, 그 규모가 220억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임 창업자는 그해 852억원을 R&D 투자로 지출했다. 주변에서 회사가 망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임 창업자는 밀고 나갔다. 그는 “R&D에서 실패했다고 연구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을 때까지 격려하고 기다렸다. 절대 조급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기다림의 경영’은 한미약품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이다.

“제대로 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내는 게 평생의 꿈이다”는 임 창업자는 “의약품 주권을 잃어버린 인근 국가들의 실상을 살펴보면 제약산업 육성이 한시가 급한 시대적 명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약강국이 되어야 국민건강 주권을 지킬 수 있고 국가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면서 지금도 신약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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