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차별화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모든 부문에 걸쳐 새로운 상품기획(MD)을 적극 시도해야 한다. 모든 상품과 매장에 현대백화점만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난 2014년 7월 임원회의에서 현대백화점만의 차별화를 역설했다. 한정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유통산업에서 성공하려면 회사의 목표를 고객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벌 3세지만 정지선 부회장은 이런 꼬리표를 외부로 들어내지 않았다. 유년시절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겸손’과 ‘성실’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집안교육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정 회장의 성격 자체가 ‘착한 모범생 스타일’이라 배려심과 친화력, 착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정 부회장은 회장에 오른 후에도 되도록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았다. 언론들이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40세가 되면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할 것”이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가 대내외에 존재를 드러낸 것은 2010년 ‘PASSION VISION 2020’(이하 비전2020)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그가 직접 만든 비전 2020은 백화점, 미디어, 식품 등 기존 사업을 키워나가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 건설, 환경, 에너지 등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듬해인 2011년 그룹 40주년 신년사에서도 정 회장은 “유통, 미디어, 종합식품, B2B, 미래신성장사업 등 그룹의 5대 핵심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 10년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자”고 말하는 등 비전2020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1년 말 리바트를 인수했고 2012년 현대홈쇼핑을 통해 의류업체인 한섬을 인수했다. 2014년에는 양재점과 광교점, 판교점 등 복합쇼핑몰 오픈을 추진하면서 프리미엄 아울렛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렌탈케어시장에 뛰어들면서 사업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 동대문 케레스타점, 인천 송도점, 서울 송파 장지동 가든파이브점 등 3개 아울렛을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발 빠른 현대백화점 그룹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2014년 9월 발간한 기업문화 지침서인 ‘패셔니스타’(Passionista)에서 그는 “변화무쌍한 환경에 따라 대응전략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부 구성원들이 환경변화에 효율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마인드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량을 이끌어내는 동인이 바로 조직문화이며 결국 조직문화 개선은 우리 그룹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