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1. 서울 구로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최근 하굣길에 학교 앞에서 하나저축은행 직원을 만났다. 해당 직원은 A군에게 하나금융그룹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홍보하며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이와 함께 가입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추천직원번호 입력란에는 본인의 사번을 입력해달라고 당부했다. A군이 이에 응하자 해당 직원은 감사의 표시로 A군에게 미니선풍기를 증정했다.
#.2 은행 업무를 위해 최근 서울 광화문 소재 KB국민은행 지점을 방문한 B씨(33·회사원)는 직원으로부터 'KB스타알림' 앱을 소개받았다. B씨는 가입할 생각이 없었으나 은행원의 간절한 부탁에 가입키로 하고 개인정보 등을 입력한 뒤 휴대전화를 은행원에게 넘겨 가입 절차를 마무리했다. 은행원은 가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추천직원번호에 자신의 행번을 직접 입력했다.
스마트기기 대중화로 금융 관련 비대면 서비스나 상품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 또는 지점별 실적 집계를 위해 금융사들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사들이 선보인 금융 서비스 관련 앱들은 대부분 가입 시 추천직원의 사번을 입력토록 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은 가입 마지막 단계로 우리은행 직원이 추천한 경우 8자리 행번을 입력토록 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각종 금융정보와 입출금 내역 등을 무료로 알려주는 'KB스타알림' 서비스 가입 시 은행 지점명이나 직원의 이름, 직원번호를 선택토록 했다.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 역시 가입 과정에 추천직원번호를 입력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이들 앱 모두 추천 직원이나 지점의 정보를 입력토록 권유하고 있지만 고객의 선택에 따라 입력하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사 직원 입장에서는 개인 또는 지점별로 배정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외부 판촉도 불사하고 있다. 관련 서비스나 온라인 상품 가입 시 행번을 입력하면 해당 직원 또는 지점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저축은행 일부 지점 직원들은 하나멤버스 가입 대상이 만 14세 이상인 점을 고려해 중고등학생들의 하교 시간에 학교 앞에서 이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기도 한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해 추천직원번호 입력란에 본인의 사번을 입력해준 고객에게는 미니 선풍기나 셀카봉 등의 사은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금융사 직원들은 실적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영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고객들로부터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입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같은 권유를 받은 직장인 C씨(27·여)는 "개인정보를 제외한 이용약관 동의나 추천직원번호 입력 등은 금융사 직원이 대신 해주겠다기에 찝찝한 마음에 거절했다"며 "해당 서비스에 대해 자세한 설명보다는 사은품을 내세워 무작정 가입하게 하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