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전의 저는 어렸고, 어려 보였죠. 시청자들이 내가 전하는 뉴스를 과연 얼마나 신뢰할까…당시에는 앵커로서의 제 자질을 의심했어요. 뭘 해야 할지도 몰라 불안해하며 여기저기 끌려다녔던 것 같아요. 부족함을 채우고 다시 앵커석에 앉자고 다짐했죠. 1년 반이 걸렸네요.”
그간 영화 소개 프로그램 ‘접속! 무비월드’, 연예 정보를 전하는 ‘한밤의 TV연예’, 축구 리뷰 프로그램 ‘풋볼 매거진 골!’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2014년에는 월드컵 중계를 위해 브라질도 다녀왔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다시 앵커에 대한 욕심을 품게 한 것은 2016 총선 방송이었다.
“선거 방송을 진행하는데 문득, 아 여기가 이런 곳이었지, 내 역할이 이것이었지 하고 깨달았어요. 내가 무엇을 위해 아나운서를 꿈꾸었고,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생각이 났죠.”
“뉴스에서 앵커가 하는 모든 멘트는 앵커가 직접 쓰는 것들이에요. 작가가 적은 대본대로 진행하는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과는 정반대죠.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을 제가 정한 말로 전달하는 것이라 멘트 하나를 쓸 때도 정말 많이 고민하고 곱씹어봐요.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다면 모두 제 책임이니까요. 팩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앵커로서의 유일한, 최종의 목표입니다.”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만 22세 장예원이 1900:1의 경쟁률을 뚫고 2012년 SBS 아나운서 공채에 발탁돼 ‘최연소 아나운서’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시간 정말 빨라요. 이제 제가 스물일곱, 4년 차 아나운서죠.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제가 스물세 살인 줄 알아요. 저의 시간도 흐른다는 것, 저도 변하고 발전하는 것을 잘 몰라주세요. 선배들도 제 나이를 듣고 깜짝깜짝 놀라고는 한다니까요. 지난해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 진행을 했는데, 지상파 시상식 중 MC를 맡은 유일한 아나운서라 잘해내고 싶었어요. 방송 후에 ‘나이 어린 친구가 참 잘하네’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사실 생방송 진행은 저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보시는 분들은 여전히 저를 어리고 미숙하게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생각했죠. 요즘은 늙어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라니까요.”
당연하게, 후배도 생겼다. 2014년 공채로 뽑힌 김선재 아나운서, 김윤상 아나운서다. “존경받는 선배냐?”고 물었더니 “존경받는 선배는 커녕 그냥 선배가 되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했다.
“방송에 대한 조언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기도 할 뿐더러 방송은 직접 경험하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방송 환경은, 현장은 매 순간 변하고 있으니까요.”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지금 진행하는 ‘접속! 무비월드’나 ‘동물농장’은 좋은 콘텐츠와 유명 MC로 무장한 프로그램이잖아요. 제가 아니어도 시청자께서 봐주실 이유가 너무 많죠. 하지만 라디오는 아니에요. 그 늦은 시간에 오로지 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라디오 앞에 앉아계신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그래서 매 순간 진심을 담으려고 합니다.”
장예원 아나운서는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전을 하지 않을 때는 차에 관한 사연만 나오면 할 말이 없어 지레 겁먹었어요. 모르는 세계가 있으면 그것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죠. 내가 얼마만큼 보고 듣느냐에 따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넓이가 달라져요. 문득 애를 낳고 나면 육아에 관한 사연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인 제가 기대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