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국민의당 ‘김수민(초선·비례대표) 리베이트’ 의혹이 제20대 국회 초반 메가톤급 변수로 부상했다. 선거 비리가 연례행사처럼 불거지자, 여·야 정치권이 매관매직의 온상인 현행 비례대표제(고정명부식)의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인 김수민 의원은 4·13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과정에서 선거홍보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지난 9일 검찰에 고발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총선 공천 때 청년비례대표 첨삭 논란(본보 3월16일자 ‘더민주 청년비례대표 부정심사 의혹 있었다’ 단독보도)에 휘말렸다. 검찰은 총선 직후인 4월19일 박준영(전남 영암·무안·신안) 국민의당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고정명부식 비례대표제가 구체제로 전락한 셈이다.
14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의 핵심 쟁점은 △리베이트의 당 유입 여부 △김수민 7번 배정 커넥션 의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인지 여부 등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의혹에는 김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브랜드호텔’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3월17일 선거홍보물 인쇄업체 B사와 20억 원대의 계약을 맺는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도교수인 김모 숙명여대 교수의 추천을 받았고, 친분이 있던 김영환 사무총장(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은 B사에 2억 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했고, 김 의원은 허위계약서를 통해 1억 1000만 원을 제공받는다. 당 재정 등을 총괄하는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도 이 과정을 인지했다는 게 선관위의 주장이다.
TV광고 대행업체 역시 ‘브랜드호텔’에 6820만 원, ‘당 홍보 TF(태스크포스)’에는 체크카드로 6000만 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애초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에 없었던 김 의원은 신용현(1번)·오세정(2번) 의원과 함께 최종 후보자 발표 당일인 3월23일 당의 전략공천을 받았다. 고정명부식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암묵적 관행에 與野도 초긴장…제도개편 당위론↑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에 ‘박선숙·왕주현’을 필두로 당 공식 기구 여부도 불분명한 홍보 TF팀과 선거공보물 제작업체, TV광고 대행업체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셈이다. 국민의당 최종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당시 안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최종 상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도부 조직적 개입 여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최악의 공천 파동”이라며 “안 대표 대권 가도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조사가 있다면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개인 착복 여부에 대해선 부인했다. 당 진상조사단장인 이상돈 의원도 “(리베이트) 돈이 (당으로) 흘러갔다는 증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이 여·야의 뿌리 깊은 관행이라는 점이다. 여·야가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논평을 자제하는 것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답은 제도 개편밖에 없다. 헌법학계에 따르면 비례대표제는 정당명부식과 단기 이양식(일종의 선호투표)으로 구분한다. 정당명부식은 다시 폐쇄형인 고정명부식과 개방형인 가변명부식·자유명부식 등이 있다. 우리의 경우 각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정하는 고정명부식이다.
고정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총선 때마다 비리로 얼룩지는 것은 각 당의 ‘내부 선거’라는 점을 이용, 법망을 피하는 구체제와 무관치 않다. 이재교 변호사는 더민주 청년비례대표 부정 심사 당시 “비례대표 선정 방식은 각 당에 자율권을 주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같은 리베이트 의혹으로 번지지 않은 한 사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권자가 비례대표의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개방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정 계파와 특정 인사의 보이지 않는 손을 끊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20대 초반 국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