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흘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새롭게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비율이 또다시 잔류를 앞섰다.
가디언/ICM이 10~13일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에서 탈퇴가 53%로 잔류 47%를 6%포인트 리드했다. 모르겠다고 응답한 이들은 7%였다. 2주 전과 비교하면 브렉시트 찬성이 1%p 올랐고 반대는 1%p 내렸다. ICM은 부동층이 줄었다며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사람들이 마음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은 거센 반응을 보였다. ICM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ICM 홈페이지는 한 때 다운됐다. 또한 파운드/달러는 13일 1.4116달러까지 내렸던 파운드/달러는 잔류가 탈퇴를 10%p 앞섰던 과거 ICM 조사 결과가 트위터를 통해 돌면서 갑자기 0.5% 상승 반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신 결과가 나온 뒤 파운드/달러는 다시 1.4216달러까지 미끄러지면서 하루에만 1% 넘는 변동폭을 보였다. 또한 파운드-달러 1개월물 내재 변동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28.04%로까지 치솟았다.
영국은 최근 몇 년간 주요 유럽 국가 중 가장 나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EU 탈퇴로 결정 나면 투자가 급격히 줄어 소비 및 전체 성장률에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오랜 금융위기 여파를 아직 전부 털어버리지 못한 유럽 은행들은 브렉시트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13일 유럽증시에서 은행들의 주가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현지시간 13일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1.8% 미끄러지면서 2월 이후 쌓은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다. 유럽 은행업 지수도 3% 가까이 급락했다. 은행들은 성장률 전망뿐 아니라 런던이 금융허브로서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브렉시트 우려로 유럽 주식펀드에서는 18주 연속 자본이 유출됐고 파운드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파운드에 비관적 베팅을 늘리고 있다. 6월 7일까지 한주간 자산매니저들은 파운드에 76,623 계약어치 순 숏포지션을 취했다. 직전주 72,405계약에서 더 증가한 것이다.
브렉시트 여파가 유럽 역내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우려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강화됐다. 금 8월 인도분은 온스당 1287.90달러로 0.9% 뛰며 4주래 고점을 찍었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인 -0.161%까지 떨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1.610%로 2월 11일 이후 가장 낮았다. 국채 수익률은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또한 13일 일본 엔화는 유로와 파운드 대비 2013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로 인해 일본은행의 3년간 돈 풀기 정책 효과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엔 강세로 일본 수출업체들의 순익이 압박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 13일 도쿄 증시의 니케이지수는 3.5% 급락했다.
한편 브렉시트는 안 그래도 취약한 유럽의 정치적 연대에 불확실성을 주입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경제 및 이민 정책에서 의견을 통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US뱅크의 존 디클루 CIO는 EU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파트너십이라는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영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떠날 경우 유럽이 어떻게 될지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만약 영국이 탈퇴할 경우 다른 나라들도 영국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퓨 리서치 센터가 10개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EU에 호의적인 시각을 보인 응답자는 51%에 그쳤다. 응답자 70%는 영국의 탈퇴는 EU의 악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13일 영국 증시는 1.2% 하락한 데 비해 여타 EU 국가들의 증시 낙폭을 더욱 심했다. 스페인 주가지수는 2.2%, 이탈리아 증시는 2.9%, 그리스 증시는 3.9% 각각 후퇴했다.
뉴욕 소재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필 올란도 수석 전략가는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나올 경우 글로벌 증시는 5~10% 떨어질 것이다. 영국 경제와 영국과의 통상 등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