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으로 보이는 300억원대의 자금도 발견했다. 게다가 롯데그룹의 정책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보이면서 그룹의 명운이 걸린 핵심사업은 좌초 위기에 빠졌다.
◆검찰, 롯데 일가 내부거래 본격 수사
13일 검찰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오너 일가의 수상한 내부거래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3년까지 신 총괄회장의 자녀와 배우자가 주주로 구성된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 등이 영화관 내 매장을 헐값에 임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시네마통상은 신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28.3%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신 총괄회장의 친동생인 선호·경애씨(각 9.43%), 신 사장의 자녀 혜선(7.6%)씨와 선윤·정안(각 5.7%)씨 등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했다. 전체 지분의 84%를 롯데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시네마푸드 역시 신 사장(지분 33.6%)과 함께 친인척이 87%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유원실업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가 57.8%로 최대주주였고 나머지도 신 총괄회장의 가족이 지분을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 회사는 수년간 영화관 내 식·음료 매장을 독식했다. 이런 방식으로 3개 업체가 수년간 올린 수익이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측은 롯데시네마의 내부거래 지적이 이어지자 해당 기업을 청산하고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감사원 감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이런 부당 수익은 지적된 바 있다.
롯데 측의 수상한 내부거래 정황은 현금인출기 구매 사업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전자금융업 전문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인출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롯데알미늄을 끼워 넣어 40억여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증폭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신 총괄회장 처제 집에서 그의 개인 금고를 발견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금고를 빼돌려 은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고 내부엔 30억여원의 현금과 서류 뭉치가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재산관리인 격인 비서 A씨로부터 롯데호텔 33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 금전 출납 자료가 보관돼 있다는 진술을 확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자료와 통장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300억원대 수상한 자금을 조성·운영한 사실도 확인하고 돈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
재산관리인들은 검찰 조사에서 해당 자금이 "배당금과 급여 성격의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액수가 지나치게 큰 점 등에 비춰 비자금일 가능성을 크다고 보고 자금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
◆세계 10대 화학회사 포부 '먹구름'…호텔롯데 상장 무산 연쇄 타격
이번 검찰 압수수색의 여파로 롯데가 추진하던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화학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 온 롯데는 최근 미국 액시올 인수를 추진했다. 롯데는 연간 매출 4조원대에 이르는 액시올 인수로 세계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롯데는 검찰 압수수색이 벌어진 지난 10일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액시올사의 인수 철회 이유로 인수 경쟁이 과열된 점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13일 공시했다.
비리 의혹에 따른 호텔롯데 상장 무산도 롯데로서는 큰 타격이다. 호텔롯데는 그룹의 3대 기둥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호텔롯데에 포함된 롯데면세점은 세계 1위를 노리고 있었다.
이번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는 국내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아왔다. 다음 달 2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면 5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모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비자금 수사의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상장은 결국 무산됐다. 추후 재상장을 추진하더라도 향후 일정이 줄줄이 밀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각종 굵직한 사업이 검토 단계 이전으로 후퇴한 것 이외에도 가장 큰 문제는 롯데그룹 조직원들의 사기 저하다.
이미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롯데의 이미지가 이제는 검찰 수사로 땅에 떨어지면서 직원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서 입장을 내세우긴 어렵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회복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