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시킨 데 이어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재검토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부서에서 대우조선 여신등급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지속되자 함영주 행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도 등급 하향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여신 강등과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무진들의 건의로 함 행장이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건 맞다"며 "다만 아직 강등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고 이달 말까지 검토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자구안을 시행 중인 대우조선의 여신에 대해 아직 '정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판단을 내린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답했다.
통상 은행이 대출액의 손실을 대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채권의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각 채권은 5단계 등급에 따라 충당금 비율도 달라지는 데 △정상(0.85%) △요주의(7~19%) △고정(20~49%) △회수의문(50~99%) △추정손실(100%) 등이다.
은행이 지니고 있는 채권 등급 변동에 따라 전체 여신액 대비 충당금 비율이 달라지고, 부실채권이 많아질수록 충당금 압박이 심해져 BIS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은행은 대외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BIS비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속속 이탈하는 가운데 정작 대우조선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가장 많은 산업은행만 팔짱을 끼고 있다.
대우조선에 대한 익스포저는 지난 4월말 기준 산은이 6조3625억원, KEB하나은행 8267억원, NH농협은행 1조418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강등시키면 산은은 약 4200억원, 하나은행은 550억원, 농협은행은 95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여신에 대해서는 '정상'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 연체 이력도 없고 자구안을 추진 중인데 정상화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부실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은행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등급을 재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험요소로 판단해 이탈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는 하반기까지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 부실채권으로 파악하고 있는 대우조선 여신에 대해 국책은행이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다"며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등급을 유지하라는 식의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