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카드로 선제 대응에 나선 만큼, 정부 역시 재정확대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정부 추경 편성에 대해 "추경 편성 여부는 정부가 판단한다"면서도 "정부도 재정이 성장에 미칠 영향을 알고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지금의 저성장과 성장잠재력 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기관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까지 최근 우리 정부에 하반기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상반기 중앙정부의 재정집행률 목표치를 58.0%에서 59.5%로 올리고, 지방재정 집행률 목표도 56.5%에서 58.0%로 상향 조정하는 등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 조기집행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공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추경 편성을 독려해 재정을 6조5000억원 이상 더 푸는 '재정 보강'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도 밝혀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고 재정을 확대하는 방안으로는 기금지출 증액 카드가 꼽힌다. 다만 직접적인 예산 지출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다른 방안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추경 편성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전쟁,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변화 발생 ▲법령에 의한 지출소요 발생 등으로 규정한다.
정부는 아직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사태가 현실화되지 않은 데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등으로 여력을 상당 부분 소진한 점 등을 고려,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11조6000억원대의 추경을 포함해 약 15조원 규모로 재정보강이 실행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6월11일 기준금리를 내렸고, 정부는 6월말 추경 편성을 발표했다. 7월초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같은달 국회에서 통과되고, 8월 초부터 집행이 시작됐다.
시기적으로는 올해 역시 추경 편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해 추경 편성이 우리 경제 성장률을 0.15∼0.36%포인트(P)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2%대 중후반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수준의 추경을 집행하면 산술적으로 3% 성장도 불가능하지는 않은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통화정책만으로 국내 경기회복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추경 등 재정정책이 따라가야 한다. 기재부와 국회가 역할을 해줘야 금리인하의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