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취임을 앞둔 '필리핀 트럼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30일 대통령 직에 취임하는 두테르테의 '폭력남용적' 발언이 국내외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 토요일 자신이 시장을 지낸 다바오 시에서 열린 취임축하 행사에서 그는 마약상들을 겨냥한 강력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행상의 연설에서 두테르테 당선인은
"(마약상을 발견하면) 언제든지 경찰에게 전화를 해라. 만약 총을 가지고 있다면 직접 범죄자를 잡아도 된다. 내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필리핀 전역에서 경찰까지 연루되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마역거래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붙잡힌 마약상이 경찰서로 가는 대신 칼과 총 등으로 시민을 위협할 경우에는 저항하는 마약상을 죽여도 된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마약상이 저항한다면 총으로 쏴라, 그러면 메달을 주겠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용의자가 저항하면 총을 쏘라"라고 지시한 데 이어 "'마약왕'이 죽었으면 500만 페소, 살았으면 499만9000 페소를 주겠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또한 마닐라 고위 경찰간부 세명이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들이 그만두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줄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장기간 다바오의 시장이며, 전직 검사이기도 했던 두테르테는 경찰·군인에 의해서 행해지는 범죄는 "극도의 탐욕 혹은 극도의 필요"에 의해 행해지게 된다면서 아내나 노모가 큰 병에 걸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자신의 욕심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자신이 죽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내부에서는 '범죄와의 전쟁' 공약으로 치안 부재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 두테르테이지만,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필리핀에서 법을 무시한 범죄 용의자 처형으로 필리핀의 인권상황이 열악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