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개봉한 영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제공 영화진흥위원회·공동제공 배급 CGV아트하우스)은 거짓말을 파는 역할대행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전직 연극배우 완주가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을 의뢰받은 후 위험한 거짓에 둘러싸이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박종환은 거짓으로 먹고사는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완주를 연기했다. 완주는 전직 연극배우 출신으로 역할대행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자다.
부킹대행, 애인대행 등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을 실체로 만드는 완주. 그는 역할대행업에 대해 “많은 혼란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현장에서 협업하지만 역할대행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극 중 완주를 연기한 박종환에게도 궁금증이 일었다. “배우가 배우를 연기할 때 자신의 모습을 얼마만큼 꺼내느냐”에 대해 궁금해졌다.
“저와 완주는 비슷한 부분이 많죠.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20대, 학생일 때 꿈을 좇던 것과 지금 꿈을 좇는 방식이나 태도가 바뀌었죠. 뭔가 놓치고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해결하려는 것들이 조금 무심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보통 소년’의 태완을 지나 ‘잉투기’의 진성, ‘출출한 여자 시즌2’의 종환, ‘검사외전’의 진석까지. 박종환은 유약하거나 지질한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그 섬세하고 세심한 연기가 인상 깊었던 터라 “생활연기가 빼어나다”고 칭찬하니 “그런 캐릭터들이 연기하기 편하다”며 멋쩍게 웃는다.
“제가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흠이 많고, 미안한 점도 많아서요. 카메라 앞에서 (멋있는 척) 다 벗어던지고자 하는 게 민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지질한 모습이 차라리 마음이 편해요. 사실 사람들이 제게 ‘생활연기’에 대해 말할 때 저는 ‘기초가 없어서 그렇다’고 말하곤 해요. 연기에 대한 기초나 표현하는 방식이 부재해서 그런 것 같아요. 연기를 표현해내야 하는 거고 자신만의 방식이 필요한 법인데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이 적었던 것 같거든요.”
박종환은 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그 인물들에게 자신을 녹여낸다. 자신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에 대한 가장 좋은 접근이자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묻어나온 결과다. “자신과 가장 닮은” 모습을 찾아내며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같은 이유로 “연기의 기초가 부재한다”고 여겼다. 그에게 있어 기초의 부재는 단점인 걸까? 박종환은 이에 대해 “연기하는 태도”에 대한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없다거나 걱정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기초가 튼튼한 배우들과 생활연기에 능통한 배우들이 있을 때, 오히려 기초가 탄탄한 배우들이 저평가되거나 자연스럽지 않다는 이야길 들을 때가 있거든요. 그럼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부채의식이 생긴다고 할까요. 사실 생활연기에 있어서 칭찬을 들으면 민망하기도 하니까. 하하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는 좋은 연출자들을 만나서 가능했던 일 같아요.”
캐릭터에 자신을 녹여 내거나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것에 익숙했던 박종환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며 연기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캐릭터와 나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연기할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을 때도 있고 후유증도 크더라고요. 갑자기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변하고 있어요.”
꾸준히 관객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박종환의 차기작은 영화 ‘원라인’이다. 이름, 나이, 신분 등 모든 걸 속여 돈을 빌리는 일명 작업 대출이 세계를 배경으로, 대규모 대출 사기에 뛰어든 대학생 민재(임시완 분)와 각기 다른 목표를 지닌 사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검사외전’ 이후, 또 한 번 상업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된 그는 “주인공의 조력자 역”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생각해보니 조력자 역할은 처음이더라고요. 왠지 제가 좋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도 들고…. 하하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까지는 현장에서 계속 예민했던 것 같아요. 영화 촬영이나 캐릭터들이 예민했으니까요. 그런데 역할도 수더분하고 촬영 분위기도 그렇다 보니까 마음이 편했어요. 아! 그리고 저 살도 쪘어요. 그래서 또 깨달았죠. 참 편하게 촬영했구나 하고요.”
그의 말마따나 박종환이 연기한 인물들은 예민하고 섬세한 인물들이었다. ‘양치기들’의 완주 같은 경우는 더더욱. 끊임없이 몰아세우고 다그치며 사건을 뒤쫓는 인물이기 때문에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자신을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또 궁금해졌다. 박종환에게 ‘양치기들’은 어떤 의미로,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바람이 있다면 어떤 계기로 제가 궁금해진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 중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영화 속 어떤 배우들이 그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기록한다고 생각해요. 젊고 풋풋하고 때론 덜 익은 모습들을요. 청춘스타들의 과거 영화만 해도 그렇잖아요? 그맘때 자기가 겪는 불안 같은 것들이 역할과 닿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요. 그게 그 배우가 더 큰 배우로 성장하는 것에 있어서 어떤 면을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게 ‘양치기들’도 그런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