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송종호·노승길 기자 = 한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불안이 현실로 나타났다.
정부를 제외한 국내외 모든 기관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2%대 중반에 그칠 것이라 내다보는 등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요 경제지표마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장기화되는 세계경제침체, 중국 경제 둔화 등 대외적 요인과 구조조정 내홍, 내수 불안에 빠진 내부요인 등 산적한 난제를 타개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3.1%)를 제외한 모든 국내외 기관이 2%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도 사실상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대 중반에 그친 성장률 전망치는 이날 발표된 주요경제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398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감소 폭이 줄긴 했지만 마이너스를 벗어나진 못했다. 이는 월간 수출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 기간인 17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세계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고 유가 및 미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한 대외 변수가 남아 있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수출 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우리나라 경상 수지 흑자도 대폭 줄었다. 한국은행의 '4월 국제수지'를 보면 지난 4월 경상수지는 33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흑자 규모는 지난 3월(100억9000만 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작년 같은 때(77억3000만 달러)와 비교해도 44% 수준에 불과하다.
경상수지는 그동안 '불황형'이나마 흑자를 유지하며 외환 건전성 등에 도움이 됐지만, 그나마도 규모가 대폭 줄어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물가 지표 역시 고꾸라졌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오르는 데 그쳤다.
2월 1.3%, 3월과 4월 1.0%로 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며 저성장·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는 넉달 만에 0%대로 떨어지며 물거품이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 확대와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등 부양책을 서둘러 꺼내놓지 않으면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소비마저 위축돼 제조업 생산이 줄고, 구조조정 때문에 기업이 신규투자에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2.6% 달성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는 자본 유출 우려 때문에 어려울 수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은 당연히 편성해야 한다"며 "추경 편성 없이 손을 놓는다면 정부가 너무 안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