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 기본료 폐지를 주장했던 국회의원들이 재차 당선되면서 당선 직후 20대 국회에서 기본료 폐지를 발의하고 통신요금 인하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이동통신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인위적인 통신요금 인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우선 이동통신사가 2015년 이후 매출 정체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정부 규제 영향이 가장 크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선택약정요금할인 폭(12%→20%) 확대, 5월 데이터 중심요금제 전환 후 이동전화 가입자당 매출액(ARPU)은 정체 국면이다.
SK텔레콤 ARPU가 2015년 2분기 4만4071원에서 올해 1분기 4만3715원으로, LG유플러스 무선 ARPU가 2015년 2분기 4만258원에서 올해 1분기 3만8672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 ARPU는 3만6060원에서 3만6128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동통신사 실적만 망가지고 정작 소비자 체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1년 만에 재차 기본요금 폐지 또는 인하를 주장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요금 인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육성 정책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C-P-N-D)' 산업 동반 성장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트래픽에 연동하는 요금제로 체계를 바꾼 상황에서 인위적인 요금인하 권고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 정부가 2017년부터 5G를 대비한 설비투자 독려 정책을 펴야 하므로 통신요금 인하를 권고할 가능성도 적다.
아울러 지난해 국감에서 이통 3사 원가보상률이 SK텔레콤 109, KT 93, LG유플러스 92로 나타나 통신비 인하의 명분도 약화됐다. 원가보상률이 100 이상이면 초과 이윤이 발생, 요금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SK텔레콤을 제외한 후발 통신사 원가보상률이 100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을 중심으로 기본료 폐지가 20대 국회에서 재차 발의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가 기본료를 폐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요금제엔 이미 음성·문자·데이터 형태의 패키지로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 상황이고, 기본료가 폐지돼도 사실상 피처폰에만 해당해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기본료 폐지가 어렵다면 피처폰·스마트폰을 모두 포함한 기본요금 일괄 인하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이는 전 세계적으로 5G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더 어렵다.
지난 2011년 정부가 반강제적인 요금 인하를 강요해 이통사들은 모든 피처폰·스마트폰 가입자의 요금을 1000원식 내린 바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 요금 인하 체감은 미미했고 통신사의 이익은 급감해 LTE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불안감만 키웠다.
김 연구원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 취지가 트래픽에 연동한 요금제, 투자를 보장하는 요금제라는 점에서 인위적인 요금인하 권고는 애초 정부 요금제 개편 정책 취지와 배치된다. 제반 상황 감안 시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 권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