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의 산골 풍경[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지난 30일 20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앞으로 어떤 정계변동이 있을지 모르지만, 여하튼 우리 국회가 '새출발'을 했다.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이 이번 4년간의 대장정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지 국민들은 많은 꿈을 갖는다. 30일 문체부 산하기관의 한 공무원 노조지부장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노동법의 개악을 막겠다"고 했다. 실제로 어떤 성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국민이면 누구나 각기 다른 색의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 웃음의 이유는 또 다른 만족에 있었다. 낡고 녹슬고 지저분한 부분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건물에 있는 게 적응이 되면 그리 불편하지도 않다고 한다. 대신 정부 예산이 생기면 판사 등 법원 근무자들의 월급을 올린다. 독일에서는 공무원을 다른 국민이 적대시하지 않도록 홍보에 신경쓴다. 이들에게 한국 지방의 큰 법원지원이나 검찰지청 등의 사진을 보여주면 "이런 거대하고 돈이 드는 시설이 왜 필요하냐"고 질문을 던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권력기관’이나 ‘정부기관’의 웅장한 상징물을 봐 왔던 우리들에게는 또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의 산골 풍경[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독일 법원에 들어가보면 로비 중앙에 그 흔한 예술 조각품 하나 없다. 간단한 검문절차를 거치면 업무공간이 바로 펼쳐진다. 다른 시청이나 공공시설에 들어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물론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도시가 아니라면 공공건물 대부분은 낙후되거나 노후된 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평생 몇 번 사용할 것 같지도 않은 '교육원' 등에 커다란 돈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가? 제주도 서귀포를 비롯해 웬만한 관광지에는 중앙부처의 연수원이나 교육원이 들어서 있다. 연수에 참가한 한 공무원은 "연 가동율만 따져봐도 왜 그렇게 큰 시설이 필요하고 적지 않은 지원인력이 배치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한 시민운동가는 "예산을 뒤져보지 않아도 몇십 억으로는 도저히 지을 수 없는 곳이 많다"며 "연간 수백 억 아니 그 이상의 돈이 이런 시설을 설립하고 유지하는데 들어간다는 사실은 정말 우리가 복지국가를 구현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고 지적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런 시설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공무원 연금은 점점 깎이고 있다.
수년만에 다시 찾은 북유럽의 복지국가 노르웨이의 길은 여전히 꼬불꼬불했다. 뱀이 기어가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사행'(蛇行)이라고도 불리는데, 실제로 코 앞 1k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9번 이상 돌고 돌아가는 도로도 허다하다. 그런데도 굳이 터널이나 다리를 만들지 않고 예전의 모습 그대로 보수만 가끔 할 따름이다. 그렇게 아낀 예산은 국민 전체의 복지 향상에 쓴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의 산골 풍경[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앞으로 딱 4년간이라도 좋으니, 국회의 힘으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간의 새 건물을 짓지 말고, 건물에 넣을 예술품도 사지 말고 터널이나 다리 그리고 새 도로도 만들지 않으면 어떨까? 그 돈으로 공무원을 세금포탈자 취급하지 말고 신명나게 일하게 해주면 안 될까? 더 나아가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핵 대체에너지를 확대하고 국민 모두의 복지를 위해서 예산을 집중하면 안 될까?
일부 건설토목·문화예술가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도 4년만에 참 좋은 나라가 될 듯하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쪽지예산 소동 없이, 신규 토목 건설 공사 대신 국민들 피부에 닿는 복지·환경·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