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양치기들' 진실과 거짓, 침묵의 치열한 공방

2016-05-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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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왼쪽), 윤정일[사진=KAFA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한때 완주는 주목받는 배우였다. 극단 대표와 불화만 겪지 않았더라도 무대에서 더 빛을 발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홧김에 극단을 뛰쳐나와 역할대행업에 발을 담근다. 무대를 떠나서도 누군가의 남자친구, 누군가의 친구 노릇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어느 날 살인사건의 피해자 엄마에게 가짜 목격자 역할을 의뢰받는다.

완주는 거짓 진술을 한다는 것에 망설이지만, 곧 어마어마한 보상금의 유혹에 결국 목격자 역할대행을 수락한다. 그는 경찰에게 완벽한 거짓 진술을 하지만 살인사건 뒤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된다.

영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제공 영화진흥위원회·공동제공 배급 CGV아트하우스)은 단편 ‘보편적 순간’과 ‘갑과 을’로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폰 필름 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과 제1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초청된 바 있는 김진황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거짓을 말하는 자와 침묵하는 자들의 비겁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김진황 감독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거짓과 진실, 침묵의 치열한 공방전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주인공 완주의 시선을 통해 날 것 그대로를 그려내면서 인물들 간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싸움을 표현한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러닝타임 8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 ‘양치기들’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그들의 아이러니를 담아내고 있는데 치열하고 세밀하게 엮어놓은 인물 간의 갈등이 있는 반면 다소 허술하고 성기게 해결하려는 부분도 있어 아쉽기도 하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완주 역의 박종환은 침묵하는 죄책감과 거짓말의 혼란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의 심리를 섬세하고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그의 연기는 영화에 현실감을 더하는 것에 제 몫을 다한다. 또 역할대행업체 사장 명우 역의 차래형이나 목격자 광석 역의 송하준, 영민 역의 윤정일 역시 신인다운 날 것 그대로를 가진 연기력을 선보인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문제작들이 그랬듯, ‘양치기들’과 주요배우들 역시 충무로의 화두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6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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