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이어 다음은 유화·철강…“자발적 구조조정 중”

2016-05-2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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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국내 조선·해운업 대표 기업들이 생사를 건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이른바 5대 구조조정 업종에 포함된 석유화학(유화)·철강 업체들도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구조조정 대상 업종인 건설은 주택경기 호조로 전반적인 실적이 개선되면서 개별기업별로 자금 문제 등에 대응하는 상황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부문 업종 상위권의 상장사들은 올해 1분기에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는 등 외형 성적표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테레프탈산(TPA) 등 일부 품목의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지자 자발적인 감산에 나서고 있다. 공장매각과 설비전환 등으로 사업재편에 나서기도 한다.

철강은 수요가 어느 정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가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있어 잠재적 부실을 추가로 털어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자체 진단이다.

올 하반기 시행 예정인 ‘원샷법’을 활용한 구조조정에 착수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화제품의 기초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은 현재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 간 가격차)가 매우 좋은 상황이다.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갖춘 한화 유화부문,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이 호실적을 거둔 것도 에틸렌 덕분이다.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에서 각각 생산할 수 있는 프로필렌도 스프레드가 좋아 수익성이 높다. 프로필렌은 플라스틱·합성섬유의 기초다.

에틸렌, 프로필렌만 놓고 보면 유화업계는 호황이다. 2014년 3%대로 떨어진 영업이익률이 두자릿수 가까이 올라왔다.

하지만 파라자일렌(PX)을 원료로 생산하는 TPA는 중국의 자급률 급상승과 함께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있다. TPA는 폴리에스터(섬유), 페트병(PET),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료다.

국내에선 한화(200만t), 삼남석유화학(150만t), 태광[023160](100만t), 롯데케미칼(60만t) 등이 생산한다.

TPA 생산업체들은 최근 자발적으로 10~20%의 감산에 돌입했다. 일부 업체 중에는 공장 가동중단을 검토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PA는 대표적인 범용 수지라 중국 업체들의 투자가 많았던 품목이다.

그러나 정부가 일률적으로 감산 지시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다른 품목의 설비매각도 이뤄지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4일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염소·가성소다(CA) 공장을 전문 화학업체 유니드[014830]에 매각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 CA가 공급과잉 조짐을 보이면서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추진한 것이다.

철강업계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업황이 개선되고 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굵직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 조선·해운업보다는 여유 있는 상황이지만 이참에 부실을 확실하게 털어내고 가겠다는 분위기는 업계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구조조정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를 작성할 업체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을 선정했다. 두 달 뒤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원샷법’의 적용 여부를 자체 판단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와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상태다.

철강업계는 지난 몇년간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강도 높게 자체 구조조정을 벌여오고 있다.

철강업계의 맏형 격인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001430]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고강도 경영쇄신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했으며 올해도 35개의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포항공장 철근 라인을 폐쇄하는 등 자동차 강판같은 수익성 높은 분야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매각한 동국제강도 계열사 국제종합기계를 정리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채권단이 관리하는 동부제철은 2014년 당진공장 전기로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감산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채권단이 2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결정해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다.

대표적인 공급 과잉 분야로 지적된 합금철업계는 자율적 감산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총 생산설비 89만3000t 가운데 26만t을 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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