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대륙으로 북핵공조 및 대북압박 외교의 범위를 확대했다.
아프리카 순방차 에티오피아를 공식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현지 대통령궁에서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북핵 포기 및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에티오피아측의 지지를 확인했다.
하일레마리암 총리는 회담에서 "한반도 불안정을 초래하는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같은 편이고 늘 함께 하겠다"며 "에티오피아는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할 것이며 에티오피아가 갖고 있는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활용해 다른 국가들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하일레마리암 총리는 "지난 3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은 그 취지에 따라 문안대로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은 결코 용납해선 안 될 것"이라며 "지금은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에 대해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이) 핵 포기를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피하고자 전통적 우호관계인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로 확장된 박 대통령의 대북압박 외교는 안보리 결의안의 실효성을 높이고 북한의 외교적 입지를 더욱 좁히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수석은 현지브리핑에서 "에티오피아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핵실험에 대해 명백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번 회담이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조를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국방협력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1974∼1991년 에티오피아 사회주의 군사정권은 친북 일변도 정책을 통해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고, 군사정권이 끝난 뒤에도 군수분야를 중심으로 북한·에티오피아 관계가 지속됐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에티오피아가 맺은 군사협력 MOU는 북한과 에티오피아의 군사협력 재추진 가능성을 차단하고, 북한의 군사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
양국 정상은 또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에티오피아는 세계 최대의 PKO 파병국이고, 우리나라 역시 PKO 활동과 관련해 남수단 임무단을 포함해 6개 임무단, 600여명을 파병하고 있는 만큼 PKO 활동을 토대로 양국 협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엘니뇨로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에 총 100만 달러 규모의 가뭄피해 지원계획(에티오피아 국가재난위기 관리위원회 50만달러,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50만 달러)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회담종료 후 하일레마리암 총리가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만찬에는 에티오피아 주요 정·관·재계 인사와 아프리카연합(AU) 주요 인사 및 외교단을 비롯해 350명이 함께 할 예정이다.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방문시 열렸던 국빈만찬 규모가 300명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국빈만찬은 에티오피아 정부로서는 유례없이 큰 규모로 개최하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