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의 이런 발언은 대북 제재와 압박에 집중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다소 온도 차이가 있어, 이 역시 또 다른 이슈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방한 이틀째인 26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지난해 5월과 12월 방북을 추진했으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무산된 바 있다.
반 총장이 전날 관훈클럽에서 "남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힌 방북 재추진에 대한 의지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남북문제는 숙명"이라며 "대북 압박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 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혀, 한반도에서의 '평화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반 총장의 언급에 대해 '대북 카드'를 대선 구도에 적극 활용할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 메신저로서 반 총장의 이미지가 각인되고,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시행되는 와중에도 북한은 핵 보유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반 총장의 방북 여건 조성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으면 남북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대북정책 외에도 현 정치권에 대한 반 총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은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한국)내부에서 여러가지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창피할 때가 많다"며 "국가통합을 위해 모는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 발언은 현재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계파 간 갈등과 여야 간의 극심한 대립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의 발언의 핵(核)에는 현 정치권의 분열과 북한문제에 대해 '통합'의 리더십에 숨어 있다.
즉 현재의 정치권이 극단적 분열과 대립으로 특정 지어지고 그것을 치유하는 정치가 필요하며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반 총장의 이같은 거침 없는 발언은 지난 18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임기가) 아직 7개월이 남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훨씬 진전됐다는 평가다.
특히 4.13총선 이후 잠재적 대권 주자로 떠오른 반 총장 자체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에서 비롯된 만큼, 반 총장의 이런 등장이 한국 정치에 어떤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지 주목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발을 담그더라도 통합의 리더십을 앞세우고 기존 여야 정치권과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반 총장이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등장 자체가 지역·이념·남북 통합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