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입국,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 관훈클럽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면서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유엔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제가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올해 말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총장이 2017년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 총장은 또 "사실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대통령을 한다 이런 것은 예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지금 현재는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다가 여러분께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로 지도해달라"고 했다.
대선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가족들 간에도 (대선 출마를 둘러싼) 이야기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 72세인 반 총장은 대선 출마에 따른 건강 우려에 대해서도 "1년에 하루라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이 없다"면서 "체력 같은 것은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자신했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국제회의 등 각종 계기에 7차례 만난 사실과 관련해 "제가 7번을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간 것"이라면서 "그런 것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에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에 대해 반 총장은 "고위급 간에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면서 "남북 간 대화채널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해 여건이 되면 방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북문제는 숙명"이라면서 "북핵과 관련한 압박을 계속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 가며 대화를 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지난 4월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1985년 미국 연수 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동향을 현지 공관에 보고했다는 내용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뉴욕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연수생으로 있었고, 대학신문에 난 것을 보고 복사해 보고한 것뿐"이라면서 "제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유병현 당시 주미 한국대사는 이원경 외무장관에게 미국 학계·법조계 인사로 구성된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이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앞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전문 보고하면서 하버드대학에 연수 중이던 반기문 참사관이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입수해 주미 한국대사관에 알려왔다고 적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 후 홍용표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열린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북한의 행위로 인해 지난 수개월 동안 취할 수밖에 없었던 크고 어려운 결정에 대해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 "외교적 해법이 한반도의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동시에 외교는 북한이 국제법과 특히 유엔 안보리 결정을 존중하는 데서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