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도대체 ‘김성근 야구’는 무엇입니까

2016-05-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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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이 정도면 망신이다. 그래서 떠날 수도 없나 보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약 3분의1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개막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한화 이글스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추락했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은 두 번째 시즌. 모기업은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자유계약선수(FA)를 통해 우수한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야수가 부족하면 야수를, 투수가 모자라면 투수를 영입했다. 코칭스태프도 '김성근 사단'으로 완벽하게 갖추도록 했다. 

주변 환경도 반가웠다. 메이저리그 진출과 FA 이동으로 상위권 팀들의 전력 누수가 컸다. 대권 도전을 해야 할 적기라고 내다봤다. 사령탑은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다. 성적을 동반한 ‘마리한화’ 돌풍의 흥행을 예고했다.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초호화 캐스팅의 ‘한화극장’은 흥행 참패였다. 시즌 41경기를 치른 24일 현재 11승1무29패로 최하위다. 승률은 0.275에 불과하고, 1위 두산 베어스와는 무려 17.5경기차로 벌어졌다.

김성근 리더십은 과정보다는 결과론이다. 혹독한 훈련에 의한 성적 제일주의가 근간인 김성근만의 야구 철학과 선수단 운영 방식이다. 결과를 위해서는 희생의 과정이 필요한 리더십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비난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선수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혹사론은 단골손님이었고, 소통 없는 권위주의적 지도 방식은 비정상적인 야구를 만들었다. 결과가 좋으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을 감당해야 한다. 이것이 김성근 야구다.

올 시즌 성적은 참사다. 한화 구단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이 나올 가능성마저 보인다. 시즌 도중 김성근 리더십은 이미 균열이 일어났다. 일본인 코치가 “김성근 야구는 못하겠다”며 짐을 싸서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코치와 선수 사이에 온갖 추문이 나돌았다. 심지어 경기 도중 팀이 대패를 하고 있는 사이 감독이 병원을 가기 위해 선수단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남은 103경기가 더 위태롭다. ‘하루살이’ 승리를 위해 비정상적인 야구를 해야 하는 선수들의 미래는 누구의 책임인가. 허리 수술로 자리를 비운 보름 동안 밖에서 한화 야구를 바라본 김성근 감독의 “선수가 없더라”라는 말에서 비정함마저 느껴진다.

다시 묻고 싶다. 도대체 ‘김성근 야구’는 무엇입니까. 김 감독의 임기는 아직 1년이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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