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구조조정 삼국지]제자리 걸음 한국 “정부 방황에 기업도 헤매”

2016-05-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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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뛰는 중국·일본 vs. 기는 한국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로 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고 있으나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향후계획’을 확정해 발표한 뒤 올해 해운 산업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철강업계등의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며, 지난 2월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내용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이 통과돼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상당부분 벤치마킹한 원샷법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간소화 등을 통해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기 이전 정상기업 단계에서 사업재편과 인수합병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민간의 사전적·자율적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급과잉업종 기업으로 제한되며, 사업재편이 오너의 경영권 승계 등의 목적으로 판단될 경우 법 적용이 제한된다.

경제계의 요청을 배경으로 시행되는 원샷법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지금까지 국내 기업 구조조정제도는 부실이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기업의 자체적 회생이 어려울 경우 마지못해 활용하는 수단에 불과했던 사후 구조조정제도의 틀을 사전적인 개념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급과잉의 여부 업종이 어디인지에 대해 원샷법 본법은 물론 시행령에서도 이를 규정하지 않아 기업들이 받아들이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어 법 시행 효과를 기대만큼 올릴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원샷법과 함께 경제계가 요구한 서비스산업발전법안, 노동개혁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통과가 좌절되면서 정부나 기업 모두 향후 계획중인 사업 구조개편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법·제도 지원이 늦어지자, 주요 기업들은 자체적인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부문을 한화와 롯데에 넘겼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으며, 바이오 사업 투자를 본격화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철도차량 제작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수주 감소 및 수익악화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데 이어 본사를 서울 양재동에서 의왕연구소로 이전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중국의 경기 악화와 해외 브랜드와 중국 내수기업과의 경쟁과열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구조조정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급증한 국내외 부실 계열사와 자산의 청산·매각·합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95개의 계열사 정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포스코는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파이넥스 등 고유 기술 수출, 마그네슘 등 신성장 사업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를 매각하고 건설장비 해외생산법인의 경우 중국 공장은 통폐합하고 벨기에와 브라질 공장은 문을 닫았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이관 받았던 보일러 사업부를 미국 GE에 매각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개편을 추진중인 기업들은 저수익 사업 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소극적인 구조조정에 머물러 있다. 원샷법 시행 등 제반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섣불리 구조개편 범위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방향을 짚어주지 못한 원인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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