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과 직접출자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단 자본확충 규모와 펀드에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은에 자본확충펀드 조성과 함께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를 바라는 반면, 한은은 정부가 펀드에 지급보증을 서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해운과 조선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철저한 고통분담 원칙에 따라 추진되도록 관리·감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용선료 협상 실패시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협의체는 현재 양호한 국책은행 BIS 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당장 문제는 없으나, 구조조정 과정의 금융불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협의체는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검토해 자본확충을 위한 최적의 조합(policy-mix)을 찾기로 했으나,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한은은 자본확충펀드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은이 나중에 돈을 받지 못하면 정부가 대신 갚아달라는 것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손실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펀드에 대한 지급보증이 결국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한은이 펀드조성과 함께 국책은행 출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관계기관은 상반기까지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체를 통해 수시로 협의해 가기로 했다.
한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에 앞서 구조조정의 원칙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해운과 조선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에 대해" 채권단 중심으로 기업의 유동성 상황과 업황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며 "이해관계자의 철저한 고통분담 원칙에 따라 추진되도록 관리 감독해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실패하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지난 18일 해외 선주들과 4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얻는 데 실패했고 이견만 확인한 채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유 부총리는 "(협상이)아직 진행 중이고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지는 봐야 한다"며 "협상이 무산되면 법정관리로 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