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선주도 산은도 금융당국도 손 놨다...법정관리 돌입하나

2016-05-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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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슬기·이정주 기자 = 현대상선의 운명을 결정지을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로 예정됐던 벌크선사들과의 컨퍼런스콜도 당일 취소되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산업은행 측은 벌크선사들과의 용선료 협상 자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산은의 이같은 태도에 일각에서는 18일 있었던 용선료 협상에서 해외선주들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협상에서 선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채무조정이 성사될 경우 채권단도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달했다"며 "선주사들과 용선료 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추가적인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이번 협상을 통해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용선료를 28%가량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선료를 깎아주면 인하분의 절반가량은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경영정상화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외선주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식 출자전환 부분에 대해 채권단의 보증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추후 현대상선이 정상화 되어 주가가 살아나면 문제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어, 선주들 입장에서는 일종의 베팅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선주들이 일종의 옵션을 건 출자전환을 요구해 사실상 절감 효과가 없는 인하안을 제시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산은 입장에서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협상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위해 무리한 요구까지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회의 직후 정용석 산은 부행장의 부정적인 발언과 벌크선사들과의 회의 미개최를 미뤄봤을 때 산은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협상 결렬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현대상선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현대상선 측 변호사인 마크 워커 밀스타인 변호사는 협상 직후 "협상은 이제 시작"이라며 부정적인 분위기를 잠식시키려 했지만 정 부행장이 "협상이 어렵게 됐다"며 난항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민감한 사항을 다룬 만큼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됐으나 채권단 참석자의 다소 감정적인 발언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최대한 합의점을 도출해 용선료 협상을 성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용선료 협상과 관련해서는 발을 뺀 상태다. 회의에 개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용선료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계속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단에서 돈을 지원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된다"며 "용선료 협상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로 간다는 것은 금융위의 확고한 원칙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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